본문 바로가기

터키판 아리랑, 몽골 유목민 노래 … 실크로드 따라 2시간 음악여행

중앙일보 2014.09.19 02:01 종합 24면 지면보기
테무진 푸레브쿠(왼쪽 끝)가 경북도립국악단의 연주에 맞춰 마두금을 협연하고 있다.
신비스러움. 아시아의 낯선 민족악기가 등장할 때마다 객석은 무대에서 귀와 눈을 떼지 못했다. 국악은 실크로드의 민족악기를 보듬어 새로운 아시아 음악을 만들어냈다.


경주 5개국 전통악기 협연

 16일 오후 7시30분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막이 오른 ‘실크로드 소리길’ 음악회(지휘 박범훈, 연출 표재순)는 감동의 무대였다. 모양도 소리도 생소한 민족악기를 들고 나와 경북도립국악단과 협연한 연주자들은 모두 그 나라를 대표하는 거장들이었다. 박범훈 지휘자는 두 시간 동안 실크로드 다섯 나라가 음악으로 교류하는 길을 널찍하게 열었다.



 음악회는 실크로드의 출발지 터키에서 시작됐다. 지한 쿠르타란은 현악기 바을라마를 들고 나왔다. 터키 국민음악인 ‘바을라마 협주곡 우스크다라’(김성국 작곡)는 아리랑과 닮은 곡이었다.



 실크로드 소리는 터키를 떠나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사막과 험준한 산악을 넘는다. 국악단은 거센 바람 소리를 만들어냈다. 우즈베키스탄 파르호드존 가파로브는 현악기 깃젝크로 험난한 여정을 형상화한 ‘기류’(박천지 작곡)를 협연했다. 깃젝크는 애잔한 소리를 냈다. 실크로드 음악 여행은 우즈베키스탄을 거쳐 이번에는 몽골에 도착한다. 몽골의 민족악기는 말 머리를 닮았다고 이름 붙여진 현악기 마두금. 연주자 테무진 푸레브쿠가 ‘초원풍정’(황호준 작곡)을 협연했다. 첫 공연이다. 마두금은 소리도 연주 기법도 첼로와 흡사하다.



푸레브쿠는 목소리를 곁들였다. 그는 초원에서 들려 오는 듯한 유목민의 몇 가지 전통 가창을 했다. 마치 너댓 명이 잇따라 목소리를 내듯 다양한 음역을 오갔다. 마술과도 같았다. 객석은 푸레브쿠의 소리에 홀려 전율했다. 이날 공연의 백미였다.



 소리길은 몽골에서 중국으로 옮겨갔다. 중국의 양웬나가 현악기 얼후로 ‘향’(박범훈 작곡)을 협연했다. 아련한 소리다. 소리는 마침내 실크로드의 동쪽 끝 한국에 도착했다. 김덕수 명인은 장구 소리로 무대를 달구며 대미를 장식했다. 장구는 인도에서 들여 온 악기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소리길 여행을 자축하는 ‘신라의 춤’(송문숙 안무) 공연도 곁들여졌다.



 사회를 본 국악인 김성녀는 “나라마다 소리와 악기가 다르고 음계·음역·장단도 차이가 난다”며 “이런 문제를 지휘자·작곡자·연주자가 협의해 그 나라 특징을 담은 곡을 만들어낸 기념비적인 음악회”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