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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손님 없어 걱정인 인천 아시안게임

중앙일보 2014.09.19 00:42 종합 37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최모란
사회부문 기자
인천시와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에 비상이 걸렸다. 인천 아시안게임 입장권이 좀체 팔리지 않아서다. 개막을 이틀 앞둔 17일까지 입장권 판매율은 20.7%에 불과하다. 박태환·손연재 등의 스타가 나오는 경기가 아니면 거의 팔리지 않다시피 했다. 축구·야구 같은 인기 종목도 한국 국가대표가 뛰는 경기 말고는 판매율이 0에 가깝다. 코앞에 닥친 개막식 입장권도 63.7%만 팔렸다. 이대로면 ‘40억 아시아인의 축제’ 개막 잔치를 관람석의 3분의 1 이상을 비우고 치러야 할 판이다. 폐막식 입장권도 20%밖에 안 팔렸다.



 인천시와 조직위는 “세월호 사고와 월드컵 축구 조별 예선 탈락 등으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인천시와 조직위에도 문제가 있다. 자신들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이런저런 이벤트를 했다”는데 이를 아는 국민은 별로 없다. 티켓 판매가 발등의 불이 된 지금도 그렇다. 공무원들이 인천 지역 기업과 시민들을 만나 티켓을 사달라고 애원하는 상태다. 더 큰 시장인 서울 등 대도시 소비자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할 조짐도 안 보인다.



 외국 판매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조직위 홈페이지에는 “티켓을 사고 싶다”는 외국인들 글이 종종 올라온다. 하지만 여기엔 속수무책이다. 외국 판매는 규정에 따라 국가별로 업체를 정해 놓고 있다. 이 업체들은 단체 관광객에게 판매를 할 뿐 입장권을 원하는 외국인 개개인에겐 손을 놓고 있다.



 텅 빈 경기장은 인천시와 조직위 체면만 구기는 게 아니다. 대규모 적자가 나면 그러잖아도 위태로운 인천시 재정을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위해 2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주경기장으로 사용하라는 정부 권고를 무시하고 주경기장을 새로 짓는 등 16개 경기장을 만드는 데만 1조2800억원을 들였다. 그러면서 재정이 급속히 악화됐다. 예산이 부족해 일부 도로는 지워진 차선조차 못 긋는 형편이다.



 인천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35.7%로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광역시·도 중에 제일 높다. 아시안게임 관람객과 관광객을 대거 끌어들여 이들이 경기장과 인천시 곳곳에서 돈을 뿌리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채무비율이 정부가 ‘재정위기 지방자치단체’로 지정하는 40%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직 시간은 있다. 축구가 두 게임 연속 승전보를 전하며 분위기가 슬슬 달궈지고 있기도 하다. 인천시민과 지역 기업들의 애향심에만 기대지 말고 서울 같은 더 큰 시장에서 입장권 판매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일 때다.



최모란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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