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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경징계 땐 자진사퇴" … 퇴로 막히자 버티기

중앙일보 2014.09.19 00:18 경제 2면 지면보기
임영록
이사회의 해임 결정에도 임영록 회장은 금융당국을 상대로 한 법정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끝까지 가겠다는 얘기다. 고위 경제 관료와 금융지주사 수장을 지낸 그는 금융당국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 일찌감치 상황을 돌이키기는 어렵다는 걸 감지했으리란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럼에도 그가 끝내 물러서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끝까지 간다는 임영록 왜
이건호와 형평성 맞지 않아 무산
명예회복 못 하자 법적 대응 강공
후배 신제윤?최수현에 섭섭함도

 금융위 관계자와 임 회장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임 회장도 한때 자진 사퇴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한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판단을 뒤집고 중징계로 끌어올린 이후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징계 확정을 위한 금융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모피아(재무부+마피아) 인사들을 통해 임 회장에 퇴진을 요청했다. 임 회장과 경기고 동기인 변양호 전 보고펀드 대표도 메신저 중 한 명이었다.



임 회장은 징계 수위를 당초의 경징계로 되돌린다면 이후 자진 사퇴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물러날테니 명예는 회복시켜 ‘퇴로’를 열어 달라는 요구였다. 그가 ‘명예 회복’과 관련해 특히 자주 언급하는 건 최 원장이 “범죄행위에 준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 부분이다. 그는 “(중징계를 하기 위해) 나와 KB를 범죄자로 만들었다”며 줄곧 분개해왔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에 미칠 파장이 워낙 큰 데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중징계가 확정돼 이미 사임한 마당에 임 회장만 배려하기는 어려웠다. 금융당국의 퇴로도 막혀있었던 것이다. 결국 임 회장은 법적 대응이라는 강수를 꺼내들었고, 금융위는 직무정지로 징계 수위를 오히려 더 끌어올리며 맞대응했다.



 경제 관료 선배로서 임 회장(행시 20회)이 이 과정에서 신 위원장(24회)과 최 원장(25회)에 느꼈을 섭섭함도 ‘강대강’의 대치 상태를 만든 배경으로 지목된다. 정부 한 관계자는 “보다못한 모피아 원로들 여러 명이 나서 임 회장을 설득했지만 성과가 없었다”면서 “관료사회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모피아의 끈끈함도 예전같지 않다는 게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게 많지 않다는 판단도 임 회장이 강공을 고수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검찰은 현재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업계와의 유착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앞선 금감원의 조사에선 별다른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뒤져볼만큼 뒤져봤지만 나온 건 없었다”면서“국민은행이 채택하기로 한 유닉스시스템은 IBM과 달리 여러 업체가 공급하고 있고, 입찰도 하기 전이라 로비가 이뤄질 틈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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