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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은 그만 … 지주회장·은행장 겸임" 목소리 커져

중앙일보 2014.09.19 00:16 경제 2면 지면보기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임영록 회장을 해임하면서 차기 회장 선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 회장이 선임돼야 후임 행장도 뽑을 수있다. 18일 서울 명동의 KB금융지주 본사 전경. [오종택 기자]
KB금융 이사회가 진통 끝에 임영록 회장을 해임함에 따라 차기 회장 선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경영 공백이 길어지면서 영업 실적과 대외 이미지 등 KB금융이 받은 타격이컸기 때문이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워낙 강해 정부가 과거처럼 KB 인사에 개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벌써부터 정권과 친한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임 회장을 뽑았던 이사들이 대부분인 이사회 그대로 회장추천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외풍에서 자유롭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KB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 권한은 이사회가 가지고 있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19일 오후 임시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회장후보추천위 구성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회장추천위는 사외이사 9명 전원으로 구성된다. 전·현직 KB금융 계열사 임원과 주주, 헤드헌팅업체와 이사회 추천 등으로 후보를 받는다.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 평가보상위원회가 후보군을 추려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제공하면 이를 토대로 서면평가, 평판조회, 심층면접 등을 거친다. 회장 선임 후에는 지난 4일 사임한 이건호 국민은행장 후임 인선도 진행된다.


오늘 이사회, 차기 회장 선출 논의
전·현직 임원, 헤드헌팅사서 추천
금융사고·내분 때 이사회 수수방관
"새 회장 선출 자격 있나" 논란도

 그동안은 이러한 회장 선출 과정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미 청와대와 정치권, 금융당국이 내정한 후보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주요 금융사 CEO 자리는 교체시기가 되기도 전에 “누구누구가 뛰고 있다”는 말이 돈다. 실제 정권 실세의 지원을 받았다는 후보들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 금융’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KB 내분 사태도 서로 다른 ‘낙하산’ 줄을 타고 온 두 CEO의 불협화음에서 시작됐다. 은행의 비중이 지나치게 큰 지주사체제에서는 은행경영에 관여하려는 회장과 은행장의 마찰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서로 ‘믿는 구석’이 달랐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우리 금융업이 발전하려면 은행뿐 아니라 보험·증권 등 겸업이 필요했기 때문에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한 것”이라며 “지주사의 장점을 살리면서 지배구조를 안정시키려면 회장과 행장을 겸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KB 이사회에서는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각각 우리은행장과 산업은행장을 겸하고 있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이사회에서 만나 논의를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KB 경영 정상화를 위해 폭넓은 논의를 하겠다는 의미다.



 이사회는 또 새 회장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11월 14일 개최할 예정이다. 주총 안건은 2주 전에 확정해야 하는 만큼 10월 중순쯤에는 새 회장 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회장과 행장 선임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임 회장과 이 행장 라인으로 분류되던 계열사 CEO와 임원들도 대폭 물갈이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B금융에서 대형 금융사고와 내분 사태가 이어지는 동안 이를 방관한 현 이사회가 새로운 회장을 뽑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KB금융은 지난 12일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기관경고까지 받은 상태다. 또 현 사외이사들이 임 회장이 선임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데다 이사직을 맡은 지 오래돼 과거 선발 관행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비판도 있다. 이경재 의장과 고승의 숙명여대 교수는 2010년부터, 김영진 서울대 교수와 이종천 숭실대 교수는 2011년부터 사외이사직을 맡아 왔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분 사태에 책임이 있는 이사들이 후임 회장을 뽑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3년 이상 이사직을 맡고 있는 사외이사들은 이미 내부인이 다 됐고 경영진 견제의 역할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성낙조 노조위원장은 “사외이사가 거수기 아니면 자기 권력화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직원 대표가 추천하는 내부 인사 1명이 이사회에 들어가 이를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노조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우리사주조합(지분율 0.75%)을 활용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글=박유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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