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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수 없는건 안만든다" 로봇이 품질 테스트

중앙일보 2014.09.19 00:01 Week& 9면 지면보기
명품과 독일.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높이 평가받으며 명차(名車)라 불리는 독일 자동차 메이커는 있어도, 감성·감각을 중시하는 명품·패션·스타일 분야에서 독일 브랜드의 존재는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필기구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는 독일 브랜드 ‘몽블랑’은 수많은 ‘메이드 인 프랑스’ ‘메이드 인 이태리’ 사이에서 그들만의 ‘독일다움’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몽블랑의 ‘독일다운’ 차별화 전략

이탈리아 중부 도시 피렌체 외곽. 몽블랑의 가죽 제품 공방이 있는 곳이다. 피렌체는 가죽 제품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페라가모의 고향이다. 또 피렌체·베니스 인근 지역에는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의 가죽 제품 생산 시설이 집중돼 있다. 프랑스 대표 브랜드 루이비통·샤넬 등도 프랑스가 아닌 이 지역에서 가죽 구두 등을 생산 중이다. 랑베르 몽블랑 CEO는 “이탈리아의 오랜 역사에서 이어져 온 장인 정신과 몽블랑의 기술적인 혁신이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몽블랑 공방 관계자의 안내를 따라 내부에 들어서자 여느 명품 브랜드의 가죽 제품 생산 시설과 비슷할 것이란 예상과는 꽤 다른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이내 낯선 기계 하나가 눈에 띄었다. 2m 넘어 보이는 높다란 기계 끝은 사람 손을 닮았다. 그 끝에는 가방이 하나 매달려 있었다. 로봇팔이 가방끈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과정이다. 공방 관계자는 "20시간 동안 다양한 세기의 힘을 주어 온갖 방향으로 가방을 휘둘러도 끄덕 없는지를 지켜본다. 시제품 가방이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해야만 실제 제품 생산에 돌입한다. 제아무리 아름답대도 실제 쓸 수 없는 가방은 만들지 않는다는 게 브랜드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실험은 가방끈에 대한 내구성 테스트에 그치치 않았다. 로봇팔은 유리로 밀폐된 공간 안에 놓여져 있었다. 이 곳 관계자는 “이 공간의 조명은 실제 햇빛과 같으며 공간의 온도·습도도 다양하게 조절해가며 각종 상황 하에서 가방의 내구성을 종합적으로 점검한다”고 했다. 장인의 숙련된 손기술과 노하우를 전면에 세우는 다른 명품 브랜드 공방에선 좀체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몽블랑의 ‘독일다운’ 차별화 전략은 새로 낸 가죽 제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달 초 출시한 ‘익스트림’이란 새 시리즈다. 가죽 표면을 신기술로 마감처리해 내구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생활 환경에서 가죽 제품이 손상될 수 있는 주요 요인, 즉 열기·오염·습기 등에 강하도록 가죽 표면 처리를 기존 것과 달리한 제품이다.



몽블랑은 최근 정보기술(IT) 세계에도 새 도전장을 냈다. 이달 초 출시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4에 쓰이는 스타일러스펜이 그 예다. 디자인에 강점이 있는 명품 브랜드가 전자 기기의 제품 디자인에 도움을 준 적은 이전에도 있었다. 프라다나 조르지오아르마니가 LG전자·삼성전자 휴대전화 디자인에 동참하거나 현대자동차가 프라다에 스페셜 에디션 디자인을 맡긴 것 등이다. 하지만 몽블랑은 브랜드 자체의 핵심 역량을 스마트 세상으로 넓혔다. 갤럭시 노트4에 쓸 수 있는 S펜의 이름은 ‘몽블랑 e-스타워커’. 스타워커는 이 브랜드 필기구의 대표적인 모델명이다. 핵심 제품의 외연 자체를 IT 제품 분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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