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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명품분야 선진 시장 … 몽블랑 입지 굳히려 직영"

중앙일보 2014.09.19 00:01 Week& 8면 지면보기
‘역사적인 순간에 늘 함께 해온…’이라는 수식어를 항상 달고 다니는 브랜드가 있다. 이 브랜드를 아는 사람들에겐 식상할 법한 표현이고, 모르는 이들에겐 궁금증을 자아내는형용구다. 주인공은 독일 태생 브랜드 ‘몽블랑(Montblanc)’이다. 주력 품목이 고급 필기구인 회사다. 펜 뚜껑 위를 장식한 흰 별로 유명하다. 몽블랑이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할 수 있었던 건 세계적인 주요 인사들이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마다 몽블랑 필기구가 손에 쥐여졌기 때문이다.


서울 온 몽블랑 CEO 랑베르

최근 몽블랑은 한국 사업을 직접 하기로 결정했다. 유로통상이라는 한국 회사가 맡았던 걸 독일 본사의 지사 형태로 직접 운영키로 한 것이다. 지난해 몽블랑 최고경영자(CEO)가 된 제롬 랑베르(Jerome Lambert)는 그래서 CEO가 된 후 한국을 수차례 방문했다. 최근 서울 중구 회현동 몽블랑 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유통 대행사를 통해 사업을 하면 물건을 파는 데만 집중하느라 브랜드를 성장시키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매우 중요한 한국 시장에서 몽블랑의 입지를 더 굳건히 해야할 때라 생각해 직접 진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독일 브랜드 몽블랑(Montblanc) 최고경영자 제롬 랑베르는 “내가 가진 몽블랑 펜은 16살때 아버지께 받은 것이다. 이처럼 선물 받은 필기구는 누군가의 추억과 함께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lifetime companion)가 된다”고 말했다.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국 사업을 몽블랑 독일 본사가 직접 운영키로 한 이유는.



“한국은 정말로 중요한 시장이다. 명품 분야에서 한국이 선진 시장이 되었기 때문에, 그래서 안정적인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더 이상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거나 내버려둬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급 시계 등 분야에선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중이다. 유통·판매에만 집중하는 대행사 체제에선 새로운 제품 정보에 대해 보안 유지 등이 쉽지 않았다. 또 유통사는 브랜드와는 별개로 움직이므로 고객과 브랜드가 친밀한 관계를 쌓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몽블랑에선 주요 시장인 한국에서도 이제 길게 보는 전략을 실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 직접 진출을 결심했다.”



-최고급 시계 분야에도 진출해 있지만, 오로지 시계에만 집중해 명성을 쌓은 브랜드에 비해 몽블랑 시계의 입지는 아직 별로인 것 같다.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의견이다. 하지만 스위스 빌레레(Villeret)에 있는 몽블랑 시계 제작소에서 나오는 제품은 많은 시계 애호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역사가 150년이 넘는 ‘미네르바(Minerva)’ 시계 제작소는 30종류의 시계 동력장치(무브먼트)로 1년에 단 200개의 시계만 생산하고 있다. 희소성이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최고급 시계 소비자는 미네르바에서 제작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며 명성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최상위 시계 수집가는 미네르바라는 이름 자체를 높이 산다.”



몽블랑은 1906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수제 필기구 제작으로 입지를 다졌다. 고급 펜 수요는 꾸준했지만 필기구 분야를 특화해 대중에 널리 알려지며 100년을 넘은 브랜드는 몽블랑이 유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명인과 몽블랑 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역사적인 문서에 서명할 때 유명인의 손을 포착한 카메라 렌즈 덕분에 몽블랑은 광고효과를 톡톡히 봤다.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미국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 전 총리, 남아공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삼성그룹 고(故) 이병철 회장 등 몽블랑 펜을 손에서 놓지 않은 유명 인사 목록은 끝도 없다. 최근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몽블랑 필기구와 가방을 사용하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단한 유명인, 이들이 등장한 역사적인 순간에 몽블랑 필기구가 있었다는 건 브랜드로선 매우 행운이다.



“중요한 순간에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몽블랑 펜을 사용해서 역사를 만들었다. 펜을 통해 이들이 영감을 얻기도 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애용했던 마이스터스튁(Meister stuck)은 브랜드의 아이콘이 됐다. 물론 펜은 필기구 본연의 기능을 한다. 또 한편 펜이 주인을 만나 펜 자체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고 표현하고 싶다.”



마이스터스튁(Meisterstuck)은 독일어로 ‘명작(名作)’이란 뜻이다. 1924년 처음 출시돼 지금까지 몽블랑 펜의 모델명으로 사용되고 있다.



-몽블랑 브랜드로 가장 유명한 건 필기구지만 대중에 더 잘 알려진 건 명함지갑 등 가죽 제품군이다.



“필기구의 대명사가 돼 있지만 가죽 제품을 비롯해 시계 분야도 성장 중이다. 가죽 제품은 본래 필기구를 넣는 주머니를 만든 데서 시작했기 때문에 이 분야만 해도 1926년에 시작해 역사가 80년이 넘는다. 성장세가 남달라서 2006년엔 이탈리아 가죽 제품 생산회사를 인수해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 셔츠 소맷단에 다는 ‘커프스’ 등 남성 주얼리 분야는 전세계 남성 액세서리 톱3 안에 든다.”



몽블랑은 2006년 피렌체에 가죽 공방을 설립했다. 본래 몽블랑은 1926년부터 독일에서 가죽 제품을 생산해 왔다. 하지만 필기구 외 가죽 제품 수요가 많아지고 이 분야에서도 브랜드 명성에 걸맞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가죽 제품에선 최고로 여겨지는 이탈리아로 생산 거점 자체를 옮긴 것이다.



-가죽 제품, 특히 가방 등으로 유명한 브랜드는 몽블랑 외에도 많다. 오히려 이 분야에서 몽블랑보다 훨씬 두각을 나타내는 명품 브랜드가 더 많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가죽 제품 구입을 고려할 때 몽블랑 것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면.



“명품 브랜드의 특징은 유행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데 있다. 대신 평생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특히 이 부분이 우리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애프터서비스가 잘돼 있는 게 장점인데 이탈리아에 있는 수선실에는 30~40년 전에 쓰던 제품을 고쳐 달라는 의뢰도 많다. 우리는 어떤 의뢰도 거절하지 않고 받아 들인다. 고객이 제품과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게 만드는 서비스다.”



몽블랑은 필기구·가죽제품·시계 등을 팔아 지난해 전세계에서 7억3000만유로(약 97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몽블랑은 스위스에 기반을 둔 시계·보석 분야의 명품 그룹 리슈몽(Richemont)에 속해 있다. 리슈몽은 몽블랑 외에도 까르띠에·피아제·반클리프 등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몽블랑은 리슈몽 그룹 내에서 매출 기준으로 프랑스 브랜드 까르띠에에 이어 2위다.



-리슈몽 그룹에 속한 브랜드가 모두 최고급 시계와 보석 분야 제품을 낸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마다 차별성이 점차 약해져서 브랜드 각각의 정체성이 희미해진다는 우려도 있다. 소비자로선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소비자와 시장의 우려와는 반대로 리슈몽 그룹에선 브랜드 각자가 정체성을 잃지 않고 독자적인 특징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자율성을 주고 있다. 물론 그룹에선 경영 등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는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 측면에서 여러 브랜드를 그룹 산하에서 체계적으로 결합해 운영하는 것과는 별개로, 브랜드 자체의 특징은 각자 잘 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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