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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인 최영철 "좋은 작가들이 나처럼 시골로 많이 내려가면 좋겠다"

중앙일보 2014.09.18 17:03
올해로 시력(詩歷) 31년째(1984년 무크지 ‘지평’으로 작품활동 시작)인 최영철(58) 시인은 문단의 비주류, ‘지방파’다.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자기 인생의 “99%의 기억이 내장된 곳”이라고 말하는 부산에서 성장하며 시를 써왔다. 그런 최씨가 열 번째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를 부산 지역 문학출판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산지니 출판사(대표 강수걸)에서 냈다. 가끔 시집을 내오던 출판사가 본격적인 시인선 시리즈를 시작하며 낸 첫 번째 시집이다.


『금정산을 보냈다』 펴낸 '부산 시인' 최영철

17일 기자간담회 자리. 최씨는 “요즘 문학은 자기 안에 갇혀버린 느낌”이라고 했다. “대중의 반응에 신경 쓰다 보니 빨리 지치고, 정작 변하지 않는 신념, 꿈, 희망을 좇는 작가는 드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작가들이 나처럼 시골로 많이 내려가면 좋겠다. 도시 생활을 성찰하게 된다”고 했다. 4년 전 부산도 떠나, 김해 낙동강변의 도요마을로 들어가 겪은 변화의 일단을 밝힌 것이다.



최씨의 세계는 ‘소외된 존재에 대한 관심’, ‘자연과 인간의 화해 모색’ 등으로 요약된다(평론가 이숭원). 현실과 일상에 집중하는 건강한 서정시다.



신간도 그 연장선상에서 읽히지만 표제시 ‘금정산을 보냈다’에 얽힌 사연은 특히 뭉클하게 다가온다.



시인은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보냈다’고 읊는다.



아비가 보낸 것은 물론 부산의 금정산이다. 고향 생각, 부모 생각이 나면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물으라는 당부와 함께다.



그런데 수 백m 높이의 산을 어떻게 보낸단 말인가. 실제로 아비는 금정산은커녕 아무것도 보내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그런 마음을 담은 지극한 눈빛만 나누었을 것이다. ‘금정산의 정체’를 따져보는 순간 최씨의 짧은 산문은 산문 아닌 시가 된다.



최씨는 “어렵게 대기업에 취업해 요르단 발령을 받은 아들을 막지 못했다. 현지 정세 때문에 불안하지만 ‘대신 이거 해라’라고 할 만한 배경이 내게는 없어서다. 하지만 나는 산을 보냈다. 시가 아니라면 어떻게 산을 보내겠나. 위대한 시의 덕을 봤다”고 말했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으로 이번 시집은 눅진하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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