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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값 못받는 '골초 아파트' 흡연이 집값 떨어뜨린다

중앙일보 2014.09.18 03:01 종합 1면 지면보기
서울 잠실의 109㎡(33평) 아파트에 거주하는 50대 초반의 남성 A씨는 지난해 이사를 위해 부동산중개업소에 집을 내놨다. 욕심 부리지 않고 평균 시세보다 낮은 8억8000만원을 불렀다. 그런데 중개업소를 찾은 고객들이 집을 둘러보곤 다들 손사래를 쳤다. A씨가 골초인 탓에 담배 냄새가 집안에 배어 있었던 것이다. 결국 A씨의 아파트는 3000만원을 낮추고서야 팔렸다.


담배 찌든 집 3000만원 손해
캐나다선 값 20%나 떨어져

잠실1번지 김찬경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깨끗한 집은 10억원도 받는 단지인데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며 “거래뿐 아니라 흡연자의 아파트는 전·월세 주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담배가 건강뿐 아니라 재산권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주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3~4년 전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요금을 깎아주는 렌터카업체와 흡연자 차량 시세를 낮게 책정하는 중고차업체가 나타나고 있다.



 서홍관(국립암센터 교수)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17일 “흡연은 건강을 나쁘게 만든다는 점에서 우선 건강 관리 비용을 크게 높인다”면서 “흡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면서 재산권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에서는 흡연이 주택 가격에 영향을 주는 사례가 오래 전에 등장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흡연자의 집은 20% 이상 낮게 팔린다. 금연정책의 선진국인 유럽·미국을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한국에서도 앞으로 이런 일이 갈수록 늘 것으로 보인다.



 흡연의 가장 큰 폐해는 역시 ‘간접흡연’이다. 타인의 생명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심장질환이나 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은 여전히 흡연구역으로 남아 있는 기원(棋院)과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등에 들어가지 못한다.



구혜진 기자, 공현정(이화여대 정치외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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