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흡연자도 꺼리는 골초 중고차, 최소 30만원은 깎인다

중앙일보 2014.09.18 02:27 종합 8면 지면보기
KT렌터카는 2011년 9월부터 차내 금연 고객에게 렌트비 3000원을 할인해주기 시작했다. 라이벌 업체인 AJ렌터카는 그보다 앞선 6월 단기 렌트 차량에 대해 차내 전면 금연을 실시했다. 비행기 흡연석과 호텔 흡연객실이 사라진 것처럼 렌터카에서도 흡연 가능한 차가 사라진 셈이다. AJ렌터카 홍보팀 육지애 대리는 17일 “내 돈 내고 내가 빌리는 차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뭐가 문제냐는 등 반발이 심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반응이 뜨거웠다”며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흡연차량은 방향제를 뿌리고 청소도 별도로 해야 해 비용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금연 영토의 확장 <중> 흡연, 재산권에도 악영향
렌터카, 비흡연자에겐 3000원 할인
"요즘 아파트, 냄새 전달 안 되게 설계
앞으로 공공주택 건설 표준 될 듯"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렌터카뿐 아니라 중고차 거래에서도 흡연은 가격에 영향을 준다. 국내 중고차 거래 사이트 ‘카즈’는 지난해부터 고객들에게 “차내 흡연차량은 시세대로 가격을 받기 어렵다”고 공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흡연차량 소유주들은 중고시장에 매물을 내놓기 전에 30여만원을 들여 탈취클리닝 서비스를 받기도 한다. 차량 클리닝업체인 ‘오렌지 카케어’ 최서우 사장은 “흡연차량의 경우 담배 냄새뿐 아니라 창문을 늘 열어놔 다른 오염물질도 많은 편”이라며 “흡연차량이라고 하면 흡연자조차 구매를 꺼리기 때문에 딜러들이 클리닝 업체부터 찾는다”고 말했다.



 서울 생활의 표준이 된 아파트에서의 흡연 문제는 재산권·건강 문제와 두루 맞닿아 있다. 흡연자가 살았던 아파트 매입 기피 현상으로 실제 매매가격이 떨어지고 이는 임대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연아파트인 본동삼성래미안 입주자대표 신경미씨는 “금연아파트에선 어른도 담배 피우기 힘들기 때문에 청소년이 흡연하면 단박에 눈에 띈다”며 “중·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커뮤니티가 강한 아파트를 선호하는데 이런 경향은 집값까진 아니더라도 전·월세값엔 분명히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제로 인근 어떤 아파트 단지보다 이곳 임대료가 높다”고 덧붙였다.



 북미에선 흡연으로 인한 집값 하락이 본격화됐다. 제약회사 화이자가 2011년 내놓은 흡연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주(州)의 경우 흡연자 주택의 가격이 평균 시세보다 최대 29% 떨어졌다.



그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 4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골초 주인이 소유한 36만9000달러(약 3억8147만원)짜리 집이 흡연으로 인한 거래의 어려움으로 26만1990달러(2억7084만원)에 팔렸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아파트는 환기구를 공유하기 때문에 간접흡연의 폐해도 크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7월 신축 아파트에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화장실에서 환풍기를 켜고 담배를 피우면 연기가 5분 만에 윗집·아랫집으로 퍼졌다. 윗집은 미세먼지 농도(PM 2.5)가 40μg/㎥에서 140μg/㎥로 늘었고, 아랫집은 40μg/㎥에서 100μg/㎥로 2~3배 늘었다. 심지어 두 개 층이나 차이 나는 윗윗집도 10~20μg/㎥가 증가했다.



 결국 이런 상황이 아파트의 건설 표준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주택임대관리회사 라이프테크 박승국 대표는 “요즘 짓는 아파트들은 설계 단계부터 서로 냄새가 잘 전달되지 않도록 고려하고 있다”며 “환풍기도 안의 공기를 창밖으로 보내는 형태가 아니라 별도의 배출구를 통해 모아 배출하는 방식이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중앙난방이 아파트의 일반적인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개별난방이 대세가 됐다. 개개인의 개성과 사생활을 중시하는 흐름이 공동주택인 아파트에 적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자체적으로 금연아파트를 만들려는 주민의 움직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금연아파트로 지정된 경기도 수원의 H자율금연아파트 관계자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단지 내 10곳에 외부 흡연구역을 지정했다”며 “과도기적인 문제는 있지만 수요가 있기 때문에 금연아파트는 정착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건설사는 올해 금연아파트를 전제로 한 분양계획을 세웠다가 잠정 중단했다고 한다. 박승국 대표는 “머지않은 미래에 건설업체가 판매를 위해 금연아파트를 광고 카피로 내세우게 될 것”이라며 “이처럼 흡연의 영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강인식 팀장, 강기헌·구혜진 기자, 공현정(이화여대 정치외교·경제) 인턴기자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