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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기자의 교육카페] 들어갈 때 웃는 대학, 나올 때 웃는 대학

중앙일보 2014.09.18 02:14 종합 16면 지면보기
‘아이가 딱 두 개 대학만 쓰고 수시 원서 접수를 그만하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18일까지 진행되는 201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기간 동안 교육 관련 사이트에 학부모의 고민이 올라왔습니다. 수시에선 6차례 지원이 가능한데 자녀가 목표 대학만 고집하니 설득해야 할지, 결과를 보고 정시를 노릴지 모르겠다는 내용입니다. 다른 학부모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수시 원서 한 장은 엄마 몫이라고 하고 안정권 학과에 넣으세요. 그래야 후회 안 합니다’. ‘아이의 의지가 결연한데 맡겨 보세요’. 대처방안을 조언하는 글 외에 ‘코끝이 찡해졌다’는 이들도 많습니다. 대입 학부모의 노심초사(勞心焦思)가 남의 일 같지 않아서입니다.



 대입의 막이 오르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는 조마조마한 순간의 연속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날을 대비해 달려왔을지 모르니 어디에 원서 쓸지가 크나큰 과제입니다. 어떤 대학·학과를 택할지를 부모가 맡아 자식의 미래를 결정짓는 부담을 떠안은 이들도 있습니다. 입시 전문가들은 여전히 대학의 명성을 우선 고려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다고 전합니다. 하지만 최근 만난 한 지방대 교수의 이야기에는 시사점이 많았습니다.



 조카가 올해 대입을 치른다는 이 교수는 취업률이 좋은 지방의 특화대학 한두 곳을 추천하고 싶었지만 부모들이 ‘인(in) 서울’ 대학을 강하게 원해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지역 대학을 나온 졸업생 상당수가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것과 달리 일부 지방대는 이공계를 중심으로 취업 걱정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습니다. 국내 대기업 상당수가 생산시설을 지방에 갖고 있는데, 서울지역 대학 출신을 뽑아 지방에 배치하면 퇴사해 버리기 때문에 지방대 출신을 선호한다는 겁니다.



 이를 간파한 이들 사이에선 이미 ‘들어갈 때 웃는 대학·학과와 나올 때 웃는 대학·학과가 다르다’는 말이 퍼져 있습니다. 대입 원서를 쓸 때는 몰랐는데 졸업할 때야 취업이 잘되는 대학·학과가 따로 있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학과를 불문하고 무조건 상위권대면 괜찮다고, 그래도 인 서울 대학은 가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건 체면상으로만 좋을지 모릅니다.



 취업 환경이 달라지고 있는 신호는 곳곳에서 나옵니다. 올해 처음으로 지방대 취업률(55.1%)이 수도권대(54.3%)를 앞질렀습니다. 학과별로 보면 공대는 지방대까지 모두 포함해도 평균 취업률이 60~70%에 달하지만 인문계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경영·경제학과도 전체 대학 평균 취업률은 60%에 미치지 못합니다. 취업률 30~40%대 전공도 허다합니다. 대학 모집인원 역시 올해 수시 기준으로 자연계(46.3%)가 인문계(42.4%)에 비해 많지만 수능 응시인원은 인문계(58.6%·사회탐구 기준)가 자연계(39.4%)를 훨씬 상회합니다. 남은 수시 원서 접수기간과 정시 모집에서 수험생과 학부모가 나올 때 웃는 대학·학과가 어딘지 살펴보길 권합니다. 찾아보면 문과생이 자연계 학과를 지원할 수 있는 대학도 많습니다.



김성탁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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