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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자 내놓으라는 중국의 '여우 사냥' 서방국들 난감

중앙일보 2014.09.18 01:44 종합 23면 지면보기
대대적 반부패 캠페인을 펼치는 중국이 해외로 사정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국가 영향력을 배경으로 한 중국 당국의 협조 요구에 서방 정부들도 따르는 분위기다.


최대 교역국 요청 거절 못 해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최근 뉴질랜드 내 일부 중국인과 그들의 자산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당원 감찰을 담당하는 기율위가 조사하는 인물은 차오젠랴오(曹鑒燎) 전 광저우(廣州)시 부시장의 부인과 정부(情婦) 및 관계인들이다. 차오는 수뢰 등 혐의로 지난해 말 기율위에 의해 구금돼 조사받고 있다. 이들 중 최소 한 명은 뉴질랜드 시민권자임에도 기율위의 요청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뉴질랜드가 최대 교역국 중국의 요청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작용한 것이다.



 기율위는 올 들어 ‘여우사냥 2014’라는 작전명으로 해외로 도피하거나 자산을 빼돌린 부패 관료 전담 수사팀을 발족했다. 미국·캐나다·호주 등 중국 부패 관리가 주로 도피처로 삼는 국가의 외교관들에겐 ‘여우사냥’에 협조해 달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2013년 3월 시진핑(習近平) 주석 취임 후 사정 칼날을 피해 해외로 도피한 중국 관리들은 수백 명에 이른다. 부패 관리들이 해외로 빼돌린 불법자금은 2005∼2011년 동안 2조8300억 달러(약 2930조원)에 달한다고 금융감시 단체인 글로벌 파이낸셜 인티그리티(GFI)가 추산했다.



 서방 정부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한 서방 외교관은 “우리 나라가 부패 관리들의 도피처가 되길 원하진 않지만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로서 중국의 권위주의적 시스템에 어디까지 협조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관리들의 해외 자산 도피를 수사하는 기율위는 국민에게 위임 받은 권력이 아닌 당 중앙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공산당 내 조직이다. 이 때문에 형법 절차를 초월해 임의로 구금하고 조사에 비인도적 방법이 동원된다고 인권단체들은 비판한다. 또 중국은 부패 사범에게 사형을 집행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사형제를 폐지한 대부분의 서방국은 중국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지 않고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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