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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5g, 천국과 지옥 차이

중앙일보 2014.09.18 01:15 종합 28면 지면보기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 결승전.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서로 자기 공을 쓰겠다고 다퉜다. 결국 전반전에는 아르헨티나 공을, 후반전에는 우루과이 공을 썼다. 이처럼 구기(球技) 종목에서 공은 큰 변수로 작용한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선수들은 공에 민감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1970년 월드컵부터 공인구를 제정했다.

구기종목 공인구의 비밀
미세한 무게차도 경기에 큰 영향
축구공 ‘스타’ 묵직해 적응 애먹어
미즈노 쓰는 야구, 장타자 유리
농구·배구는 국내용과 같아 익숙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구기종목 팀들의 공통과제 역시 공인구 연구와 적응이다. 남녀 축구대표팀 공인구는 스타의 뉴폴라리스 500AG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축구·농구·배구·핸드볼·테니스에서 국내 스포츠용품 스타 공을 공인구로 채택했다.



 축구는 국산 공인구를 쓰지만 이점은 전혀 없다. K리그는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인 아디다스의 브라주카, 해외파는 소속리그에서 주로 아디다스나 나이키, 국내 여자축구 WK리그는 윌슨 등 글로벌 제품을 쓰고 있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스타 공을 찬 적이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낯설다.



 윤덕여(53) 여자팀 감독은 “스타 공은 다소 묵직하고, 탄력과 볼 반발력이 떨어진다”며 “상대적으로 힘과 킥이 약한 여자 선수들은 슈팅시 힘이 더 들고,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윤 감독은 “그래도 우리는 공을 일찍 받아 적응해 다른 나라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속팀에서 아디다스 공을 쓰는 남자축구 김진수(22·호펜하임)는 “아디다스나 나이키 공은 탱탱볼 같은 느낌인데, 스타 공은 다소 딱딱하다”고 말했다. 이운재 골키퍼 코치 역시 “골키퍼의 경우 공인구 적응에 몇 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야구는 미즈노가 만든 국제야구연맹(IBAF) 공인구 ‘M-200’을 사용한다. 미즈노 제품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쓰는 공인구들(4개사)보다 가볍다고 한다. 대표팀 마무리 임창용(38·삼성)은 “공이 가벼운 느낌이다. 낮게 던진 공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떠오른다”고 전했다. 2008년부터 5년 동안 일본에서 뛰며 미즈노 공을 던졌던 임창용에게도 낯선 느낌이다. 배팅볼을 던져준 조계현 투수코치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봉중근(34·LG)은 “투수들에게 공인구 적응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건 맞다. 창용이 형도 몇 년 만에 미즈노 공을 잡았더니 낯설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썼던 공(롤링스 제품)보다는 이질감이 덜하다.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야수들은 “탄성이 좋아 바운드가 강하다. 타격 했을 땐 국내 공보다 멀리 간다”고 평가했다. 선수들 말을 종합해 보면, M-200는 타자에게, 특히 장타자에게 유리하다.



 남자농구 공인구는 스타의 ‘BB207’이다. KBL(한국농구연맹)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후원 계약을 해지했지만, 그전까지 줄곧 써왔던 공이다. 유일한 대학생인 이종현(20·고려대)만 나이키 공을 썼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최근 출전한 농구 월드컵에서는 일본 몰텐 공을 썼다. 스타 공은 몰텐 공에 비해 무게가 5g 무겁고, 둘레가 0.1cm 크다.



 한국 대표 슈터였던 문경은(43) SK 감독은 “단 5g 차이라도 슈터가 느끼는 무게감은 다르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몰텐 공을 써서 애를 먹었다”며 “익숙한 스타 공을 써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여자대표팀도 WK리그 공인구인 스타 BB366-25로 금메달에 도전한다.



 배구는 공인구가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대회에서는 주로 미카사 제품을 쓰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국내 프로배구에서 쓰는 것과 같은 스타 공을 쓰기 때문이다. 스타는 미카사보다 탄성이 작고 부드럽다. 강서브의 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서브 리시브가 약한 편인 한국에 득이 된다. 남자 대표팀은 지난 폴란드 세계선수권 때도 스타 공을 따로 챙겨 감각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



김효경·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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