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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못 쌓은 일본인, 두보 후손 묘

중앙일보 2014.09.18 00:10 부동산 및 광고특집 5면 지면보기



외국인과 얽힌 관광지

대구 수성구 수성못 인근에는 매년 4월이면 추도식이 열리는 일본인 무덤이 있다. 수성구청장과 부산의 일본 총영사까지 참석한다. 무덤의 주인공은 미즈사키 린타로(水岐林太郞)로 수성못을 축조한 사람이다. 미즈사키는 1910년대 후반 개척농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대구에서 측량기사로 일하던 중 넓은 수성 들판에 홍수와 가뭄이 드는 것을 보고 저수지 만들기에 나선다. 1924년 9월 총독부의 지원에다 사재를 보태 1년여 만에 지금의 수성못을 축조했다. 39년 타계하면서도 수성못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묻어 달라고 유언한다. 광복이 되자 유족은 고향인 일본의 기후현으로 돌아갔고 미즈사키의 묘는 수성못 옆에 남았다.



미즈사키와 대구의 인연은 서창교(71)씨에 의해 지속됐다. 수성못 축조 당시 농토를 기부했던 서씨의 부친이 미즈사키의 묘를 계속 돌보도록 아들에게 부탁한 것이다. 서씨는 7년 전쯤 지역 유지들과 미즈사키의 유족 등으로 한일친선교류회를 구성하고 묘를 관리해 왔다. 2000년부터는 수성구청에 요청해 4월 7일 추도식을 열고 있다. 이를 전해들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수성못을 찾고 있다.



일본과 인연이 깊은 관광지는 또 있다. 달성군 우록리의 ‘녹동서원’이다. 이곳에 있는 ‘한일우호관’에는 김충선 장군의 일대기와 임진왜란 당시 조선·일본군의 복식 등이 전시되어 있다. 김충선은 임진왜란 때 총사령관이던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휘하의 장수로 참전했다가 귀순했다. 그는 선조로부터 김씨 성을 받고 우록리에 정착했다. 녹동서원에는 그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매년 일본인 관광객 2000여 명이 찾는다.



중국과 인연이 깊은 관광지도 있다. 1912년 지어진 대구시 수성구 만촌2동의 재실 ‘모명재(慕明齋)’다. ‘모명’은 명나라를 사모한다는 뜻이다. 모명재 뒤에는 두사충의 묘가 있다. 그는 중국의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시인 두보의 21대손이다. 두사충은 임진왜란 때 명나라 이여송 제독의 작전참모로 조선에 왔다. 그는 전쟁 후 돌아갔다가 정유재란 때 다시 조선에 왔고 이후 대구에 정착했다. 명나라가 망할 것 같아서였다고 한다. 모명재 주변에는 그의 이야기가 담긴 올레길이 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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