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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종교 골목투어

중앙일보 2014.09.18 00:10 부동산 및 광고특집 2면 지면보기
대구의 대표 관광 프로그램은 ‘근대골목투어’다. 골목길 곳곳에는 개화기인 1800년대 말에서 6·25전쟁 때까지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진골목’이 그 중 하나다. 도심인 중구 남일동의 빌딩가 뒤에 나 있는 200m 길이의 좁은 골목이다. 긴 골목이란 뜻의 경상도 사투리다. 옛 부호들의 주택과 대구 최초의 서양식 2층 집을 볼 수 있다. 이곳을 포함한 5개 코스와 맛투어·야경투어·스탬프투어를 합쳐 8개의 골목투어가 있다. 그 중에서 가톨릭·기독교·불교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도 훌륭한 관광 코스가 될 수 있다. ‘근대 종교 골목투어’쯤으로 부르면 어떨까. 그 골목으로 들어가 본다.





가톨릭

사진작가 즐겨 찾는 ‘뾰족집’ 주교좌성당




천주교 대구대교구 주교좌 성당인 계산성당.
중구 남산동 주택가에 가톨릭타운이 있다. 성유스티노신학교(현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캠퍼스)·샬트르성바오로수녀원·대구대교구청·성모당 등 천주교 관련 시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오래된 서양식 건물과 아름드리 나무가 역사를 짐작케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성모당이다. 사각형의 붉은 벽돌 건축물 안에 거대한 동굴이 보이고 거기에 성모상이 모셔져 있다. 대구시 유형문화재 제29호로 프랑스 루르드 성모 동굴을 본떠 1918년 건립됐다. 성모당 앞 잔디밭에서는 기도하는 신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샬트르성바오로수녀원은 아름다운 건물과 잘 가꾸어진 정원이 볼거리다. 가톨릭타운은 대한제국 때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서상돈(1850∼1913)의 기부로 조성됐다. 1913년 자신 소유의 남산동 종묘원 3만3000여㎡를 가톨릭 대구대교구에 기증한 것이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당시 대구대교구장이던 드망즈 주교가 2층짜리 서양식 벽돌집인 주교관을 지었고, 이후 성유스티노신학교 등이 차례로 들어섰다. 81년엔 마더 테레사 수녀가, 84년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각각 이곳을 방문했다. 30년대에는 고 김수환 추기경이 성유스티노신학교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인근에는 조선시대 천주교 신자를 처형한 관덕정 순교기념관이 있다.



남산동 가톨릭타운에 있는 성모당.
  계산성당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구 계산동에 위치한 대구대교구 주교좌성당으로 1902년 건립됐다. 고딕 양식이 가미된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두 개의 종각이 뾰족하게 솟아 ‘뾰족집’으로 불렸다. 건물이 아름다워 관광객과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계산성당 마당에는 ‘이인성 나무’로 이름 붙여진 감나무가 있다. 대구 출신 화가 이인성(1912∼50)이 그린 ‘계산동성당’에 나오는 나무다. 그는 일제강점기 ‘천재 화가’로 불렸다. 계산성당은 1950년 군인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결혼식을 올린 곳으로도 유명하다. 옆에는 민족시인 이상화와 서상돈의 옛집이 있다.



천주교 순교자를 기리는 시설인 관덕정 순교기념관
  대구 중구청은 이들 코스를 연결하는 ‘아름다운 천주교 순례길’을 조성한다. 계산성당에서 가톨릭타운에 이르는 골목길을 정비하고 이곳을 소개하는 이야기 안내판도 세울 예정이다.



















기독교

100여 년 역사 고스란히 간직한 청라언덕




중구 약령시에 있는 옛 제일교회 모습.
대구의 한복판인 중구 동산동에는 야트막한 언덕이 있다. 큰 장(서문시장)의 동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에서 동산이었지만 지금은 ‘청라언덕’으로 불리고 있다. 동산병원 구내인 이곳에는 근대 기독교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언덕배기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향나무·벚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나무 사이로 붉은 벽돌집이 보인다. 1910년대에 건립된 블레어주택·챔니스주택·스위츠주택이다. 당시 살던 미국 선교사의 이름을 딴 것으로 현재는 의료·선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앞쪽에는 선교사의 묘역인 은혜정원이 보인다. 이역만리 대구에 학교를 세우고 의술을 전했던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잘 가꾸어진 잔디밭과 울창한 숲, 고풍스러운 건물이 이국적인 정취를 풍긴다. 동산병원은 미국예수교 북장로회가 1899년 대구에 설립한 병원 ‘제중원’이 모태다.



청라언덕 서쪽 계성고교에도 기독교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옛 건물인 헨더슨관 앞 돌에는 ‘寅畏上帝 智之本’(인외상제 지지본·하나님을 경외함이 지식의 근본이다)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성경의 한 구절이자 이 학교의 교훈이다. 계성고는 1906년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 제임스 아담스(한국명 안의와)가 설립했다. 아담스는 2년 뒤 현 계성고 자리에 아담스관을 지었다. 당시 대구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었다. 청라언덕 옆에는 웅장한 석조건물이 서 있다. 1994년 완공된 제일교회다. 인근 약전골목에 가면 옛 제일교회도 볼 수 있다.



동산동 청라언덕에 있는 선교사 스위츠의 주택. 현재 의료선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청라언덕은 대구 출신의 작곡가 박태준(1901~86)이 만든 가곡 ‘동무생각’에서 유래했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라는 부분이다. 푸른(靑·청) 담쟁이덩굴(蘿·라)이 우거진 언덕이란 뜻처럼 지금도 선교사 사택엔 담쟁이가 무성하다. 박태준은 이 언덕을 넘어 계성학교(현 계성고)에 다녔다. 그때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생각하며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선교사 사택 옆에는 원조 사과나무 2세목(木)이 있다. 선교사이자 동산병원 초대 원장인 우드브리지 존슨이 미국에서 사과 묘목 72그루를 들여와 뜰에 심었다. 이들 나무에서 떨어진 씨가 자란 것이 2세목이다.





불교

동화사·부인사·파계사 … 신라 고찰 순례






대구 동구에 위치한 팔공산은 가을 관광명소로 꼽힌다. 팔공산 자락을 잇는 팔공산 순환도로는 환상적이다. 불타는 듯 붉게 물든 단풍나무·벚나무가 도로를 덮어 터널을 이룬다. 등산객이나 드라이브를 즐기는 관광객이 가을 정취를 맛보기에 그만이다.



동화사 경내에 있는 통일대불.
 팔공산은 불교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신라 고찰인 동화사·부인사·파계사 등 이름난 사찰과 갓바위 부처 등 관광자원이 많아서다. 동화사는 신라 소지왕 15년(493년) 극달화상이 창건했다. 사찰에 들어서면 거대한 불상이 나타난다. 1992년 완공된 ‘팔공산 약사여래 통일대불’로 높이가 33m에 이른다. 불상 안에는 미얀마 정부가 기증한 부처님 진신사리 2과가 모셔져 있다. 통일의 염원을 담아 대구지역 유지들이 세웠다.
초조대장경을 보관했던 사찰인 부인사.
통일대불 지하 공간에는 ‘불교문화관’이 있다. 이곳에는 초조대장경의 제작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초조대장경은 거란의 침략을 불력으로 막겠다는 취지로 제작됐다. 1011년(고려 현종 2년) 조판이 시작돼 1087년(선종 4년) 완성됐다. 이후 동화사 인근 부인사에 보관되다 몽고군의 침입으로 1232년(고종 19년) 불탔다. 이후 다시 새긴 것이 재조대장경(팔만대장경)으로 해인사에 보관돼 있다. 불교문화관에는 참선 코너가 있다. 바위 동굴처럼 생긴 곳에 앉아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면 번거로운 일상사가 저만치 물러난다. 동화사는 사찰 체험장인 ‘국제선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예약(053-982-0223)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갓바위 부처.
 갓바위 부처가 있는 관봉은 기도 도량이다. 팔공산 남쪽 봉우리인 관봉 아래 위치한 석불 좌상이 갓바위 부처다. 정식 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 불상의 머리에 두께 15㎝, 지름 180㎝의 넓적한 돌이 얹혀 있는 독특한 형상이다. 갓을 쓴 것처럼 보여 갓바위 부처로 불린다. 이는 신라 선덕여왕 때 의현대사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만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성을 다해 빌면 한가지 소원은 이루어진다’는 속설로 유명하다. 입시철에는 자녀의 고득점을 비는 학부모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팔공산 자락에 있는 방짜유기박물관·자연염색박물관도 둘러볼 만하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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