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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가객’과 걸으니 추억의 노래가 저절로

중앙일보 2014.09.18 00:10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대구시 대봉동의 ‘김광석 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골목길을 둘러보고 있다. 이곳에서는 통기타 가수인 고 김광석의 공연 모습 벽화와 그의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 관광명소 ‘김광석 길’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던 날/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 이제 다시 시작이다/젊은 날의 생이여∼.”



골목길 콘크리트 벽 위에 걸린 스피커에서 노래 ‘이등병의 편지’가 울려퍼진다. 관광객이 걸음을 멈추고 벽을 바라본다. 거기에는 활짝 웃으며 기타를 치는 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서른 즈음에’‘먼지가 되어’‘거리에서’ 같은 그의 노래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영원한 가객(歌客)’으로 불리는 통기타 가수 고 김광석(1964∼96).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8년이 됐다. 하지만 대구시 중구 대봉동 ‘김광석 길’에서는 아니다. 그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맑고 애잔한 목소리로 젊음이, 인생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김광석 길이 대구의 대표적인 도심 관광명소로 뜨고 있다.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전국에서 모여들고 있어서다. 김광석 길은 전통시장인 방천시장 옆 폭 3m, 길이 350m인 낡은 골목이다. 예전에는 쓰레기가 나뒹굴던 으슥한 곳이어서 주민들조차 다니길 꺼렸다. 변화는 2009년 시작됐다. 대구 중구청이 방천시장 살리기 사업을 하면서 김광석 길을 만들었다. 그가 이곳 인근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까지 살았다는 사실을 떠올린 것이다. 골목 입구에는 그가 벤치에 앉아 기타를 치는 조형물(왼쪽 사진)을 설치했다. 콘크리트 벽에는 김광석의 삶과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글을 적고 공연 모습 등을 담은 벽화 70여 점도 그렸다. 골목을 따라 스피커를 달고 그의 히트곡을 틀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조금씩 늘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JTBC의 모창 프로그램 ‘히든싱어’에 김광석 편이 방송되면서 전국적인 관광 명소가 됐다. 주말이면 5000여 명이 몰린다. 연간 방문객은 50여 만 명. 20대에서 6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부산에서 왔다는 김영희(46·여)씨는 “20년 전 그의 노래 ‘서른 즈음에’를 듣고 또 들었다”며 “여기에 오니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했다.



김광석 길은 방천시장에도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다 쓰러져 가던 슬레이트 집들이 카페·기념품가게 등으로 단장돼 손님을 맞고 있다. 중구청은 다음달 말 김광석 길에 미니 공연장을 완공한다. 김광석을 좋아하는 가수들이 무대에서 그의 노래를 부르며 관광객에게 또 다른 추억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골목에 방송국을 만들어 관광객을 출연시키고 일부 벽화도 바꿔 추억과 힐링의 공간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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