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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여야 2차 합의안이 마지막 결단"

중앙일보 2014.09.17 02:48 종합 3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특별법 문제에 대한 침묵을 ‘공격적’으로 깼다.


국무회의 이어 여당 지도부에 강조
해외순방 앞두고 ‘양보 없다’ 메시지
김무성 "이번에 밀어붙이면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안될 수도"
야당·유가족 "진상규명 회피" 반발

 16일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주는 데 대해 단호한 불가 입장을 밝혔다. 민생법안 처리를 세월호특별법 처리와 연계시키고 있는 야당을 향해선 ‘세비 반납’ 카드로 압박했다. 유엔 총회 연설 등을 위해 20일 해외 순방을 떠나기 나흘 전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대국민담화에서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고 한 이후 특별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은 작심하고 말한 것 같았다”고 국무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여야의 2차 합의안은 마지막 결단’이라며 더 이상의 양보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여당 몫 특별검사 추천위원 2명을 야당과 유족 동의를 구하도록 한 건 유족과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여당이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재합의안 수용을 야당과 유족에 촉구한 셈이다.



 ‘박 대통령이 결단하라’는 야당과 유가족의 요구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름을 대진 않았지만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발언도 비판했다. 설 의원의 ‘대통령 연애’ 발언을 의식한 듯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도 그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오늘 대통령 발언은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혼란에서 하나의 고리를 풀고 가자는 것”이라며 “그동안 박 대통령은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말을 할 경우 정쟁이 가열될 것을 우려해 자제해왔지만 언젠가는 한 번 언급하고 가야 할 문제라는 인식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황을 돌파하려면 순방을 앞둔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 ‘7시간의 행적’에 관한 의혹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도 발언 타이밍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의혹을 보도했다 고발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 과정에서 의혹 당사자인 정윤회씨의 ‘알리바이’가 입증됐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2차 합의안이 협상의 최종안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특검법에 여야가 추천권을 다 갖고 있는데, 그래도 또 양보를 해 어떻게든 성사시키기 위해 극단까지 가면서 (여당 추천권을) 양보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두 번이나 합의한 것이 뒤집히는 바람에 국회도 마비되고 야당도 저렇게 파행을 겪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민생을 좀 풀어달라고 국회만 바라보고 있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가게 되니 마음이 참 답답하다. 여당이라도 나서서 어떻게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김무성 대표는 “도와드리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고 국민께 굉장히 죄스러운 마음”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회동 중 “대통령의 말씀은 잘 알겠지만 이번에 (야당 없이) 밀어붙이면 앞으로 대통령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잘 안 될 수 있다”며 “정말 통과시켜야 할 법안을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에 박 대통령은 “그래도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기초가 튼튼한 위에서 다른 일도 할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치자 김 대표도 수긍했다고 한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다소 어렵더라도 국회를 공전으로 둘 수 없어 단호한 입장에서 (민생법안을) 처리하려 한다”며 단독처리 방침을 시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강력 반발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입법권자인 국회가 필요하다면 법률로 정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데 수많은 법학자와 법률가들이 찬성하고 있다”고 했다. 세비 발언에 대해선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고교 무상교육 공약’을 안 지키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은 대통령의 월급 운운하지 않는다. 10월 유신으로 국회를 해산한 박정희 대통령의 서늘한 기운이 여의도까지 느껴진다”고 야유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거짓 이유를 앞세워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결국 참사 이후 밝힌 ‘국가개조’ 구상은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신용호·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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