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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 골프연습장, 3층 산후조리원 … 흡연·금연 불편한 동거

중앙일보 2014.09.17 02:47 종합 4면 지면보기
서울 강남대로에 위치한 B빌딩. 지하 1층엔 흡연실을 둔 골프연습장이, 3~6층에는 절대 금연구역인 산후조리원이 함께 있다. [신인섭 기자]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6일 오후 1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A빌딩. 1층 카페 앞 주차장에선 직장인 20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희뿌연 담배 연기가 바로 옆 인도까지 퍼졌다. 서초구가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강남대로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이다. 카페에서 멀지 않은 B빌딩 지하1층엔 흡연실이 있는 실내 골프연습장이, 3~6층엔 담배를 피울 수 없는 산후조리원이 있다. 강남역 인근의 또 다른 3층짜리 빌딩 지하 2층엔 흡연이 허용된 당구장이, 2~3층엔 담배를 피울 수 없는 어학원이 운영되고 있었다.

강남대로 곳곳에 회색지대 건물
"층 달라도 연기 번지는 건 못 막아"



 한 건물에 흡연·금연 공간이 혼재된 ‘회색지대’가 강남대로 주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배경엔 일부 업종을 금연구역에서 뺀 정부 정책이 있다. 정부는 당구장이나 흡연실을 설치한 카페·음식점 등을 금연구역 지정 의무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시 말해 별도의 흡연시설을 만들 경우 실내 흡연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통해 실내 공공장소는 금연구역으로 지정토록 권고했지만, 한국은 업계 반발을 고려해 예외 조항을 뒀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1000명 이하가 이용하는 체육시설도 금연구역으로 만드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이렇게 되면 당구장·볼링장·기원도 금연구역에 포함된다.



 회색지대가 문제가 되는 것은 층간 구분을 넘어 유해물질이 퍼져 나가 간접흡연의 피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이기영(환경보건학) 교수는 “층(層)별로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을 달리해도 발암물질과 같은 독성물질은 그대로 전달된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내 금연정책을 확실히 한 뒤 실외로 눈을 돌릴 것을 권한다. 일본은 2002년부터 걸어 다니면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했다. 2001년 도쿄의 지요다(千代田)구에서 길거리 흡연을 하던 행인의 담뱃불이 튀어 어린아이가 실명한 사건이 일어난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 금연정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실내 흡연에 대한 제재가 부족해서다. 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조홍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실내 간접흡연을 막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며 “마구잡이로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우리의 정책은 전달력·설득력이 떨어져 효과를 반감시킨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강인식 팀장, 강기헌·구혜진 기자, 공현정(이화여대 정치외교)·고한솔(서강대 영어영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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