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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실내 금연부터 … 자동차·집 등 사적공간까지 확대

중앙일보 2014.09.17 02:42 종합 5면 지면보기
기자가 영국의 축구 문화를 취재하기 위해 맨체스터를 방문한 것은 2007년 12월이었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젊은이들은 퍼브(Pub·술집) 현관 밖에 우르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축구경기가 방송되는, 안락한 내부보다 바깥에 더 사람이 많았다. 아일랜드 더블린도 마찬가지였다.


금연 영토의 확장 <상> 바뀌는 도시인의 삶
선진국 사례로 본 미래 금연 영토
스페인은 부분금연 → 전면금연
10년 뒤 한국의 모습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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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보다 4년 전인 2003년 기자는 영국과 독일을 방문했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한 손엔 아이를, 다른 한 손엔 담배를 든 부모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호텔은 그야말로 흡연자의 천국이었다. 불과 4년 만에 유럽은 실내에선 담배를 피울 수 없는 지역으로 바뀌고 만 것이다.



 2004년 아일랜드가, 2007년 영국이 실내 전면 금연을 시행하면서 연출된 퍼브의 풍경은 2014년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식당과 술집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은 바깥에서 옹기종기 담배를 피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금연정책 최하위권인 우리나라는 순위가 앞선 나라들을 뒤따라가는 중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구역 정책을 펼치는 국가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10년 뒤 금연 영토의 지형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TO) 기준에 따라 한국의 금연구역을 평가하면 골드·실버·브론즈 등급 중 최하위인 브론즈. 모든 업종에 실내 전면금연을 실시하는 국가는 골드 등급이고, 흡연실·흡연구역 설치의 예외를 두는 정도에 따라 실버·브론즈 등급이 된다. 한국은 내년 1월부터 면적에 상관없이 모든 식당에서 전면금연을 실시하게 되지만, 이후에도 흡연실을 허용해 브론즈에 해당한다.



 서울아산병원 조홍준(가정의학) 교수는 “간접흡연을 막기 위한 1단계라고 할 수 있는 실내 전면금연은 국제적 표준으로 한국도 비준했기 때문에 결국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흡연실이나 흡연구역을 두는 ‘부분적 실내 금연’을 시행했던 스페인 등도 결국 전면금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금연 영토는 어떻게 확대돼 갈까. 실내 전면금연을 시행하고 있는 영국·스페인·뉴질랜드 등 43개국은 이미 주거 공간 등 ‘사적 공간’으로 관심을 넓혀가고 있다. 실내 공공 공간(Public Indoor)→실내 사적 공간(Private Indoor)→실외 공공 공간(Public Outdoor)으로의 확대는 금연정책의 세계적 흐름이다. 실내 공간과 실외 공간의 점이지대인 건물 현관, 노천 테라스, 터미널 등도 점차적으로 금연 영토에 편입되고 있다. 서울대 이기영(환경보건학) 교수는 “지난 10년간 금연구역이 급격히 늘어난 국가들을 살펴보면 시행 전 반발이 거세더라도 법이 시행되면 금세 적응하고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며 “이러한 국가들처럼 금연구역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적 공간에 대한 금연정책 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자동차 금연’이다. 영국에서는 올 1월 18세 이하의 미성년자가 타고 있는 자동차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지금까지 개인 자동차는 ‘사적 공간’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논란이 일었다. 좁은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술집보다 11배 이상으로 담배연기 농도가 상승한다는 캐나다의 연구 결과가 ‘차내 흡연’ 규제를 앞당겼다. 역시 사적 공간인 집 안도 더 이상 ‘흡연 자유지대’가 아니다. 미국의 몇몇 주는 일부 임대주택·기숙사 등을 전면 금연지역으로 지정 했다.



 미관을 이유로 관광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세계적 추세다. 자연 관광자원이 풍부한 뉴질랜드와 미국 캘리포니아는 담배꽁초가 경관을 해친다며 해변·국립공원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미성년자와 반려동물이 같은 공간에 있는 경우 간접흡연을 ‘학대’로 규정해 이들 근처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담배 연기를 피할 능력이 없는 아이들과 반려동물이 간접흡연으로 질병을 얻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반려동물의 간접흡연 영향에 대한 연구도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미국 역학조사원 논문집(American Journal of Epidemiology)에 따르면 주인의 담배 연기에 노출된 고양이는 임파종 발병률이 두 배 이상 높고, 개의 경우 코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 특별취재팀=강인식 팀장, 강기헌·구혜진 기자, 공현정(이화여대 정치외교)·고한솔(서강대 영어영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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