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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1484명 … 은행도 감원 칼바람 분다

중앙일보 2014.09.17 02:37 종합 8면 지면보기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반경 1㎞ 내에는 7개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씨티·SC) 지점 36개가 몰려 있다. 성인 남자가 걸어서 30분 내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은행별로 4~7곳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평일 낮시간.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는 은행 창구는 한산한 모습이다. 입출금 창구 앞에는 간혹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리는 고객도 있지만 직원 4~5명이 상주하는 상담창구는 텅 비어 있다.


중복?적자 점포 퇴출 잇따라
일각선 성장동력 저하 우려

 은행들은 요즘 앞다퉈 ‘중복 점포 줄이기’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추진 중이다. 모바일 금융이 대세로 자리 잡으며 은행 창구 대면거래 비중은 2005년 집계 후 최저치인 11.3%까지 떨어졌다. 한때 유동인구 및 소비수준을 고려해 점포 수를 늘렸던 서울 강남·서초구 일대가 1차 정리 대상이다. 시중은행 국내 점포 수는 7월 말 기준 5101개로 지난해 6월 말(5370개)에 비해 5%가량 줄어들었다. 계속된 저금리로 예대마진이 나빠진 상황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점포는 퇴출시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계산이다. 신한과 우리· 하나·SC은행은 2~3년 새 차례로 ‘찾아가는 은행’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제 은행원들은 ‘채널 합리화’라는 명목 아래 태블릿 PC를 들고 고객을 찾아다니게 됐다.



 영업 상황 악화는 곧 인력 감축으로 이어진다. 증권가에서 시작해 보험사를 타고 넘어온 ‘금융권 구조조정 칼바람’이 은행권에도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이후 1년 새 은행권에서 빠져나간 인원은 1484명으로 집계된다. 민영화를 앞둔 우리은행을 제외하곤 시중은행 6곳 모두 50~600명씩 직원 수를 줄였다. <표 참조>



시장 변화에 민감한 외국계 은행들은 아예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지난해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한국씨티은행은 직원 수를 1년간 15.2% 줄였다. 한국SC은행도 전체 인력의 8.2%가 빠져나갔다. 노조 눈치 때문에 본격 시동을 걸진 못했지만 국내 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자는 “지점 수는 줄어드는데 일자리 문제 때문에 신입 공채 규모를 줄이지 못하니 큰일”이라며 “은행이 확실히 사양산업에 접어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문제는 이 같은 축소지향적 구조조정이 금융업 전체에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덩치 줄이기에 급급하다 보면 업계 전체의 성장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직 시중은행 인사담당자는 “임기가 길지 않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장기 인력 수급 계획을 세우지 않다 보니 병목 현상이 심각하다. 과거와 같은 시각으로 인력을 수급하면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한 뒤 ‘인력 크레바스(균열)’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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