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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수요일] 청춘리포트 - 2030 '문청' 을 만나다

중앙일보 2014.09.17 02:06 종합 16면 지면보기

청춘리포트 ‘신문콘서트’에 초대합니다


청춘에게 문학은 ___다
민주화 등 사회적 부채의식 옅어져
사명감보단 유희로 문학 자체 즐겨
취직 준비하듯 과외·스터디 하기도

중앙일보 창간 49주년을 맞아 청춘리포트가 신문콘서트를 엽니다. 신문 읽기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음악 공연도 즐기는 신문콘서트에 대학생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메일(foneo@joongang.co.kr)로 이름·연락처·전공을 적어 신청해 주시면 선착순으로 초대장을 보내 드립니다. 초대장을 소지한 분만 행사장 입장이 가능합니다.



시간 : 9월 22일 오후 7시30분, 장소 : 홍대 앞 살롱 드 팩토리.



문학에 사망선고가 내려진 건 오래된 일. 그러나 문학은 끝내 죽지 않고 살아남았지.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문학에 청춘을 내맡긴 ‘문청(文靑)’들이 존재하기 때문. 2012년 한국직업정보 재직자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시인의 연평균 수입은 485만원. 소설가는 1100만원.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2355만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 한국에서 문학이란 여전히 빈곤의 직업이거니와, 작가를 꿈꾸는 2030 문청들은 오히려 그 숫자가 늘고 있지. 문학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몸짓이라면, 저 무모한 ‘문학청춘’들 덕분에 한국 사회가 한 걸음 더 진보하고 있는 것. 그러니 우리는 2014년의 문청들을 소중한 자산으로 지켜주기. 문학 청춘들과 더불어 영원히 문학을 포기하지 말기.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가 남긴 절절한 한마디. “아기가 태어나면 이렇게 말하면서 매질을 해라. 쓰지 마. 쓰지 마. 작가가 되면 안 돼!” 체호프 같은 대문호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작가의 일이란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제아무리 쓰지 말라고 매질을 한들 작가가 될 아이들은 끝내 작가가 되고 만다. 등단의 문 앞에서 아둥바둥 글을 쓰고 있는 문학청춘들. 2014년 현재도 문학의 꿈을 품은 문청들은 체호프의 조언에 아득바득 대들며 이렇게 말한다. “쓸 거야. 쓸 거야. 작가가 되고 말 테야!”



 예나 지금이나 문학은 밥벌이와는 요원한 일. 2014년의 문청들은 대체 왜 작가가 되고자 하는 걸까. 돈도 밥도 안 되는 문학을 대체 왜. 다음은 저 무모한 문청들이 작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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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의 서울예술대학 304호 강의실. 소설가 김태용(40) 교수가 소설 창작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날의 과제는 소설에서 걷는 장면을 발췌해 오는 것. 3학년 박성인(21)씨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중 일부를 읽는데 김 교수가 끼어든다.



 “이 소설을 택한 이유는 뭐지?”



 “보통 사람들은 존재 자체에 의문을 갖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 소설 속 인물은 세상에 왜 던져졌을까 자문하고 있거든요. 삶의 본질을 말하는 거죠.”



 학생들은 3시간이 넘는 수업시간 내내 소설 작법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수업 후 김 교수를 만났다.



 “요즘은 작가의 사회적 이미지는 갈수록 약해지는 반면 글을 쓰려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은 시대예요. 심지어 트위터나 카카오톡에도 글을 쓰는데, 디지털 환경 때문에 글짓기의 욕구는 점점 커지고 있고 그것이 문학으로 발전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김 교수의 말마따나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디지털로 바뀌었는데, 글쓰기 욕망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2030 문청들이 오히려 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각종 신인문학상마다 응모자 수가 평균 1000명을 넘어선다. 실제 중앙일보가 주관하는 중앙신인문학상 응모자의 경우 2010년 1643명(소설 902명, 시 741명)에서 올해 1694명(소설 978명, 시 716명)으로 늘었다.



 2000년대 들어서 대학마다 문예창작과가 하나씩 개설되기 시작한 것도 요즘 문학청춘들의 글쓰기 욕망을 충족했다. 올 5월 기준으로 문예창작과가 있는 대학은 43개다. 일반대학원은 20개, 특수대학원은 9개에 달한다. 최근엔 마치 취업 공부하듯 등단을 준비하는 청춘들도 많아졌다. 등단을 위한 스터디를 조직하거나 기성 작가에게 사설 과외를 받는 경우도 있다. 한국문예창작학회 회장인 박덕규 단국대 교수는 “문창과가 많아졌다는 건 잘 쓰든 못 쓰든 완성 작품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요즘엔 사설 문화센터도 잘 운영하고 있어 각종 신인문학상 응모자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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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의 문청. 이들은 어떤 이유로 작가를 미래 직업으로 택했을까. 서울예대에서 만난 문예창작과 3학년 주성용(31)씨는 “요즘은 ‘문학청년’이 아니라 ‘문학탕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학에 대한 거창한 사명감보다는 유희로서 즐긴다는 것이다.



 고려대 문예창작과 4학년 진선(21)씨는 좀 더 솔직한 답변을 들려줬다. “어차피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지금 20대는 똑같이 힘들잖아요. 문학을 한다고 해서 특별히 더 불안하진 않은 것 같아요. 문학은 실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벌거나 명예를 쌓는 일도 아니거든요.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내 존재를 확인하게 해준다고 할까요. 거기에서 받는 위안이 커요.”



 하지만 작가로서 사는 일에 대한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는 문청들도 많다. 순수작가 대신 직업 선택을 다양하게 하는 게 요즘 문청들의 특징이다. 실제로 각 대학 문예창작과에 따르면 졸업생의 약 30%는 방송작가, 시나리오작가, 여행작가, 기자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들을 찾는 것이다. 김정택(22·고려대 문예창작과 3)씨는 “졸업 후 출판사에 취직해서 시를 계속 쓸 생각”이라며 “등단을 한다 해도 우리나라에서 문인으로 먹고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취업과 병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보다 한 세대 위인 김태용 작가(1974년생)는 2014년의 문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요즘의 2030 문청들은 6·25전쟁이나 민주화 운동 같은 사회문화적 사건에 대한 부채 의식이 없어요. 자유롭고 과감한 편이죠. 대신 디지털 환경에서 감각적이고 대중적인 글쓰기에 유혹당하기 쉽다는 한계는 있어요. 그걸 극복하는 게 요즘 문청의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김효은 기자, 고한솔 인턴기자(서강대 영문과 4학년)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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