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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스웨덴의 복싱과 댄싱

중앙일보 2014.09.17 00:36 종합 33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기찬
고용노동 선임기자
스웨덴의 스테판 뢰프벤 신임 총리는 생산직노총(LO) 산하 금속노조(IF Metall) 위원장이었다. LO 산하 조직 중 두 번째로 큰 강성노조를 이끌었다. 그런 그가 정치에 발을 들인 건 2006년 사회민주당 최고위원으로서다. 사회민주당이 총선에서 보수당에 패해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총리를 맞이했을 때다.



 레인펠트 총리는 집권하자마자 스웨덴 복지병 개혁을 선언했다. 실업연금을 깎은 것도 그 일환이었다. 복지가 과하면 일하지 않으려 한다는 판단에서다. LO는 전국적인 총파업을 벌이며 반발했다. 레인펠트 총리는 요지부동이었다. 보수당 정부와 LO의 대화가 시작됐고, 얼마 가지 않아 LO는 정부 정책에 수긍했다. 이로 인해 LO는 큰 상처를 입었다. 90%가 넘던 노조 조직률이 70%대로 뚝 떨어졌다. 스웨덴에선 실업연금을 노조가 관리하고 지급한다. 실업연금이 줄자 조합원이 노조를 떠났던 것이다.



 그래도 LO는 투쟁으로 맞서지 않았다. 대신 보수당의 정책을 노조 정책으로 활용했다. LO의 라세톤 국장은 “처음엔 실업연금 개혁에 반대했지만 결국 보수당의 정책이 맞았다”며 “일하려는 사람, 즉 조합원이 많아지지 않았느냐”고 했다. 올해부터 신입사원 초봉을 대폭 삭감한 것도 그런 판단에서 나왔다. LO는 지난해 8월 스웨덴 경총(SAF)과 기존 초봉의 75% 수준으로 청년들을 채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청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다.



 라세톤 국장은 “우리는 싸우기만 하지 않는다. 뜻이 맞으면 협력하고, 그래야 국가경제가 산다. 이런 관계를 복싱과 댄싱(Boxing & Dancing)이라 부른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임금도 무턱대고 올리지 않는다. 임금인상률을 결정할 때는 뢰프벤 총리가 이끌었던 금속노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금속노조가 정하는 임금인상률이 스웨덴 전체 임금인상률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금속노조가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독일 금속노조(IG Metal)의 움직임이다. 노조 측은 “독일이 우리의 가장 큰 경쟁국가다. 그들보다 우리 임금이 높으면 기업이 살 수 있겠나”라고 했다. 저소득층은 좀 더 올리고, 고소득층은 낮게 올리는 양보의 문화도 전통이다.



 뢰프벤 총리는 “시장 만능주의는 끝났다”고 했다. 그렇다고 레인펠트 전 총리의 정책을 완전히 뒤집을 것 같진 않다. 금속노조에서 그랬듯 합리적인 것은 계승하고, 단점(사회 양극화)은 개선하는 쪽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국가경제보다 상대의 정책을 무조건 폄하하고 반대하는 우리 정치권이나 노사판엔 언제쯤 이런 흥겨운 춤사위가 흐를까.



김기찬 고용노동 선임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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