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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 임대료 안 올리는 '강남 천연기념물'

중앙일보 2014.09.17 00:05 강남통신 4면 지면보기
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임대료 안 올린다고 소문나서 날 인터뷰 하러 왔다고. 어휴~ 뭘 그런 걸 갖고. 안 해요 안 해.”

신논현역 인근 건물주 민경창(71)씨



 민경창씨는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인근 4층 건물에 세를 낸 건물주다. 건물은 평범하지만 그는 사실 특별한 건물주다. 어떤 세입자에게든 처음 들어올 때 받은 임대료를 나갈 때까지 올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장사가 잘되도 매년 껑충 뛰는 세를 견디지 못해 떠나는 세입자가 부지기수인 세상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젊을 적 기자였어요. 1970년부터 MBC 카메라 기자로 일하다 보도국 부국장으로 98년 명예퇴직했죠. 봉급쟁이 때는 자영업자는 다 부자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99년 이 건물 사고 세입자 받아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는데도 어렵게 사는 거예요. 그런데 월세 30만원 올린다고 해봐요. 하루에 밥을 대체 몇 그릇이나 더 팔아야 하나, 그런 거 생각하니 가게세를 못 올리겠더라고요. 이 건물 4층에 내 집 있고, 2~3층은 고시텔로 운영하니 난 사정이 좀 낫잖아요. 참, 내가 세를 아예 안 올리는 건 아니에요. 새로 세입자가 들어올 땐 시세 맞춰 받아요.”



 지금 가게들은 3~5년 동안 똑같은 가게세 내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들 그렇듯, 나도 30대 초반까지도 곁방에서 월세살이하며 살았어요. 40대에 처음 장만한 집이 13평(43㎡) 아파트였죠. 그때 고생 해봐서 세입자 마음을 잘 알아요. 난 세입자를 ‘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 사업 고객이죠. 그 사람들이 장사를 잘해야 나한테 돈을 줄 수 있잖아요. 난 집 밖에 나갈 때 꼭 재킷이라도 하나 걸치고 나가요. 한 발자국만 나가면 바로 고객을 만나는데 아무렇게나 입고 슬리퍼 끌 수 있나요.”



만난사람=심영주 기자 yjshim@joongna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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