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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녀 훈육 체벌' 찬반 논란

중앙일보 2014.09.16 17:59
자녀 훈육을 위해 매를 드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놓고 미국 사회가 후끈 달아올랐다. 사달은 요즘 바람 잘 날 없는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에서 났다.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주전 러닝백인 에드리안 피터슨이 지난 5월 4살짜리 아들을 꾸짖다 매를 들었고, 아들의 등과 엉덩이·다리 등 몸 곳곳엔 피멍이 생겼다. 피터슨이 사용한 것은 ‘스위치’라 불리는 가느다란 나뭇가지다. 일종의 회초리다.



피터슨은 12일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다. 유죄가 확정되면 피터슨은 최대 징역 2년형에 처해진다. 미국의 대표적 스포츠 리그를 이끄는 NFL사무국은 전전긍긍이다. 볼티모어 레이븐스 팀의 레이 라이스가 부인에게 폭력을 휘둘러 팀 방출 조치를 당한지 불과 며칠 뒤 가정폭력이 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ABC 방송은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체벌이 합법이지만, 대배심은 피터슨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터슨 사건은 자녀에 대한 체벌 논란으로 번졌다. 프로농구 스타 출신인 찰스 버클리가 체벌 옹호론에 섰다. 그는 한 방송에 나와 “나는 남부 출신이다. 우리에겐 체벌이 늘 있는 일이다. (그게 문제라면) 남부의 모든 흑인 부모들은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NFL 명예의 전당에 오른 크리스 카터는 체벌을 맹비난했다. 어머니의 엄한 체벌 속에 자란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지금은 21세기다. 내 어머니는 최선을 다해 나를 키웠지만, 체벌은 틀렸다. 원하는 대로 만들려고 아이들을 때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아이들의 엉덩이를 손바닥 등으로 때리는 ‘스팬킹(spanking)’이 보편화돼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앞다퉈 소개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예일대학교 2003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85%가 사춘기가 될 때까지 적어도 한번 이상 스팬킹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조사도 결과가 별반 다르지 않다. 서던메소디스트 대학 조사에서는 미국인들의 70~90%가 자녀 훈육 과정에서 완력을 사용하는 것을 시인했다. 해리스 폴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스팬킹이 때때로 적절하다는 의견은 81%에 달했다. 자신도 엉덩이를 맞아봤다는 이는 86%, 때려봤다는 이는 67%였다.



하지만 스팬킹에 대한 옹호론은 감소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부모들이 체벌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의 자녀들인 에코부머 세대(18~36세)의 경우 자녀 엉덩이를 때렸다는 응답이 50%로 X세대(37~48세)나 베이비부머(49~67)들의 70~72%에 비해 크게 낮았다. 지역적 요인도 작지 않다. 남부에선 스팬킹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가 86%에 달해 동부(75%)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았다. 피터슨의 변호사가 “피터슨은 자신이 동부 텍사스에서 자라나면서 경험한 것과 같은 방식의 훈육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한 부분이다.



많은 미국 부모들이 체벌을 지지하는 것과 달리 정작 체벌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ABC 방송은 국제학술지인 가정심리학저널 조사를 인용해 “교실에서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맞은 아이의 73%가 10분안에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게다가 체벌은 아이들에게 큰 후유증을 남기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012년 캐나다 의사협회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스팬킹은 아이큐(IQ)를 낮추고, 학습능력과 관련된 뇌 신경조직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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