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효주 '멘털노트' 힘 … "생각 없이 치는 게 내 골프"

중앙일보 2014.09.16 02:46 종합 2면 지면보기
상금 5억원에 롤렉스 시계도 받아 김효주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LPGA 대회 41회 우승에 빛나는 백전노장 카리 웹을 상대로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김효주는 48만7500달러(약 5억원)의 우승 상금과 함께 롤렉스 시계를 부상으로 받았다.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는 김효주. [에비앙 신화=뉴시스]


15일(한국시간)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뒤 안니카 소렌스탐(왼쪽)과 함께한 김효주. [에비앙=이지연 기자]
“와우~.” 15일 새벽(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르뱅의 에비앙리조트골프장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17번 홀까지 10언더파로 LPGA 투어 41승의 베테랑 카리 웹(40·호주)에게 1타 차 2위였던 김효주(19·롯데)가 5m 버디 퍼트를 홀 가운데로 떨어뜨리자 갤러리들은 탄성을 터뜨렸다.

경기 집중, 18번홀 역전한지 몰라
"난 잃을 게 없어 … 즐기고 배우자"
3년 동안 멘털노트 쓰며 내공 키워
5년간 LPGA 투어 풀시드 획득



 그린 주변 프린지에서 세 번째 어프로치 샷을 실수해 3m 파 퍼팅을 남긴 웹은 쫓기는 신세가 됐고, 그마저도 놓쳐 보기를 했다. 플레이에 집중하느라 역전극이 펼쳐진 줄도 몰랐던 김효주는 잠시 멈칫하다가 캐디의 말을 듣고는 그제야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김효주는 “처음에는 라인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캐디가 잘 알려줬고 무조건 성공시킨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스트로크를 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스포츠 심리학자인 패트릭 콘은 이 같은 상황을 고도의 집중을 하는 순간으로 해석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프로들을 관찰한 그는 경기 중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라운드한 시간이 매우 짧은 것처럼 느끼며 자연스러운 흐름을 몸에 맡기고 무리하지 않을 때 집중력이 나온다고 봤다.





 김효주도 골프에서 멘털이 70% 이상이라고 여긴다. 골프를 꾸준히 잘하려면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나만의 스타일을 나답게 가꾸어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여섯 살 때 골프를 시작해 주니어 무대에서 16승을 한 김효주는 고등학교 때 체계적인 멘털 트레이닝을 받았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골프 일기’, 일명 ‘멘털 노트’를 쓰면서 자신의 골프 스타일을 만들어 나갔다.



 메이저 대회에 처음 출전한 김효주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즐기고 배우자’는 목표를 세웠다. 첫날 남녀 메이저 역사상 최저타(61타)의 역사를 썼지만 기록엔 관심이 없었다.



 김효주도 마지막 날 웹과의 대결에서는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그 순간 웹에 비해 자신은 잃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효주는 “나도 사람이라 긴장이 된다. 하지만 좋은 스코어를 낼 생각을 하면 긴장을 이기지 못하고 실수를 하게 된다”며 “그래서 목표에 대해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바로 다음 샷만 생각했다. 사람들이 나더러 생각 없이 치는 것 같다고 말하는데 바로 그게 내 골프다”라고 했다.



 김효주는 대회를 마친 뒤 LPGA투어 통산 72승을 거두고 은퇴한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44·스웨덴)을 만났다. 시즌 메이저 대회 최고 활약자에게 주는 롤렉스 안니카 어워드 시상을 위해 대회장을 찾은 소렌스탐은 김효주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발길을 멈췄고, 먼저 찾아가 악수를 건넸다. 소렌스탐은 “18번 홀 퍼팅은 정말 과감했다. 앞으로 LPGA 투어를 이끌어 갈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고 김효주를 극찬했다.



 골프를 시작한 뒤 줄곧 소렌스탐을 동경해 왔던 김효주는 소렌스탐 앞에서는 마냥 설레는 10대 소녀가 됐다. 김효주는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됐다. 소렌스탐은 은퇴를 하고도 여전히 카리스마가 대단한 것 같다. 나는 아직 그런 점이 부족한데 소렌스탐처럼 카리스마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김효주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5년간 LPGA 투어 풀시드를 획득했다. 원하면 당장 다음주 대회부터도 출전할 수 있다.



 김효주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그날 저녁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메이저 최저타, 한국인 최연소(19세2개월) 우승, 세계랭킹 10위 등극 등은 이미 지나간 일이 됐다. 김효주는 “미국 투어에 가려면 체력도 그렇고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것은 좋지만 자만심은 금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9세 소녀의 내공은 이미 세계랭킹 1위감이었다.



에비앙=이지연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