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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인권 유엔사무소' 못 내준다는 서울시

중앙일보 2014.09.16 02:36 종합 5면 지면보기
유지혜
정치국제부문 기자
“북한 인권 문제로 전 세계가 뜨거운데 정작 한국은 차갑게 식어 있네요.”


[현장에서] 글로벌센터 임시 개소식 앞두고
서울시 뒤늦게 "시위 우려" 난색

 탈북자 보호단체 관계자가 15일 한 말이다. 올 유엔 총회(16일 개막)에서 북한 인권이 주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는 보도를 접한 뒤다. 이유가 있다. 인권 탄압을 일삼는 북한 정권에 책임을 묻겠다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반면 한국 정부와 국회는 알려지면 민망할 정도로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바닥이다.



 대표적인 게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추진해온 북한 인권 현장사무소의 서울 유치 건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산 위기에 처했다.



 북한 인권 현장사무소는 북한 정권의 인권탄압을 감시하고 책임을 규명하는 현장 조직으로, 일본과 태국 등이 경합을 벌이다 지난 5월 한국에 설치하는 걸로 가닥이 잡혔다. 정부는 당초 사무소 후보지로 서울 또는 인천 송도를 검토해왔다. 반면 유엔은 처음부터 상징성과 탈북자들의 접근성 등을 감안해 서울을 선호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종로구 서린동에 있는 글로벌센터를 내줄 수 있다고 해 OHCHR 보안점검팀이 현장 실사까지 마쳤다. 그 결과 다음 달 서울에서 임시 개소식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 측이 사무소를 내주기 힘들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서울시가 여타 글로벌 프로그램과의 연계성이 떨어지고, 시위 등 치안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는 15일 “아직까지 서울시에서 공식 입장을 밝혀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다. 한 외교 소식통은 “유엔에서는 사실상 서울 사무소가 힘들어진 것으로 보고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며 “연내 개소 계획에 차질이 생긴 건 물론이고 국제 외교적으로도 엄청난 결례를 범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끄러운 현장은 또 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등 북한 인권 관련 비정부기구(NGO)들은 지난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가 발간된 뒤 모의법정을 준비해왔다. 보고서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것을 권고한 데서 착안, 모의법정에서라도 이들을 반인도범죄 피고인으로 심판하자는 취지였다. COI 조사 과정에서 인권 유린 실태를 증언한 탈북자들은 이번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모의법정에 증인으로 서겠다며 협조할 뜻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판사, 검사, 변호사 역할을 할 법조인들을 구하지 못해 최근 계획이 보류됐다. 한 NGO 관계자는 “법정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전직 법원장·검사장 등 고위직 출신 법조인들 여럿에게 부탁했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고사했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 전도사’를 자처하는 마이클 커비 COI 위원장은 호주의 대법관 출신이고,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인도네시아의 검찰총장 출신이다. NGO 관계자들은 “한국 법조계가 야속하다”고 했다.



 이번 유엔 총회 연설에 나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인권법 없는 나라’의 지도자로 연단에 서야 한다. 여야가 올 초 북한인권법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해놓고선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발의된 법안 6건은 모두 국회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은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지 오래다.



유지혜 정치국제부문 기자



알려왔습니다 위 기사 중 “서울시가 최근 사무소를 내주기 힘들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한다”고 한 부분에 대해 서울시는 “서울글로벌센터 빌딩에 사무소를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 (16일 현재) 외교부로부터 공식적으로 협조 요청을 받은 적이 없으며, 찬성 혹은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사실이 없다. 서울시가 입장을 변경해 개소식이 무산된 것처럼 보도된 건 사실과 다르다”고 알려왔습니다. 또 외교부가 17일 공식 협조를 요청해 사무소를 유치하기 위한 실무협의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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