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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 SK, 부산 - 롯데 … '한국판 구글캠퍼스' 문 연다

중앙일보 2014.09.16 02:30 종합 6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을 마친 뒤 우수기업 전시관을 찾았다. 이곳에서 ㈜그린모빌리티 오승호 대표(왼쪽)의 설명을 들으며 전기 바이크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전국 17개 시·도에 들어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구글이 운영하는 ‘구글 캠퍼스’의 한국판이다. 구글 캠퍼스처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글로벌 네트워킹 구축과 투자유치 기회 등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진다. 굴지의 대기업들이 아이디어밖에 없는 창업기업을 전담 지원토록 해 실질적인 창조경제의 ‘작품’이 나오게끔 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삼성, 미 실리콘밸리 시스템 도입
대구 창업기업에 자금·수출 멘토링
박 대통령 "꿈의 차고 되도록 지원"
일각선 "대기업 의존 심화" 우려도



 첫발은 대구에서 내디뎠다. 삼성은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에서 운영 중인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도입해 대구 지역 스타트업의 자금 유치 및 해외진출을 지원한다. 삼성 직원으로부터 소프트웨어 개발, 시제품 제작 등에 관해 멘토링을 받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 17곳에서 문을 열 예정이다. 정부는 센터를 지원할 15개 대기업을 해당 기업의 주력 분야와 지역 연고, 지역의 산업 수요 등을 감안해 선정했다. 예컨대 부산·충남에는 지역 기반이 탄탄한 롯데·한화를, 울산·광주는 주요 사업장이 있는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를 지정했다.



 이들 대기업은 지역 내 창업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구체화하고 사업모델 및 상품개발, 판로 확보,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창업 후 맞는 ‘데스밸리(초기 벤처기업들이 자금부족 등으로 사업화에 실패하는 등 고난을 겪는 시기)’와 같은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도록 맞춤형 멘토링도 제공한다. 해당 대기업 과 공동연구도 진행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출범식에서 “애플·구글의 창업자는 작은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지역의 창의적 인재와 기업이 소통·협력하고 혁신적 아이디어가 기술·제품·비즈니스로 발전하는 ‘꿈의 차고’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선 새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경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며 “혁신센터는 도전·성공·회수·재도전이라는 창조경제 선순환 구조와 철학을 실현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센터를 방문해 삼성전자 이재용(45) 부회장 등과 함께 중소기업이 멘토링을 받는 현장을 둘러보고 스마트 TV용 게임을 시연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통령까지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에 나선 것은 그간 중소기업·대기업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창업 생태계 조성이 부족했다는 판단에서다. 창업·벤처를 위한 우호적 환경 조성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지역 내 기업·대학·연구기관·지자체 등이 함께 힘을 모아 창조경제의 성과를 거두는 협력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앞으로는 기술과 자금력, 생산·마케팅망을 갖춘 대기업의 역량을 활용해 신생 기업들의 ‘약한 고리’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주요 지자체들은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이다. 벤처업계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 벤처업계의 대부로 꼽히는 고영하 엔젤투자협회장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와 기술을 갖춘 벤처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다면 효과가 클 것”이라며 “대기업도 상생경제에 기여하고 이들의 혁신을 받아들이면서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의미도 담겼다. 박 대통령의 이번 출범식 참석은 추석 연휴 후 첫 공식 일정이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부터 하반기 국정 키워드인 ‘창조경제’를 실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중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민생법안 처리에 지지부진한 정치권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창조경제마저 대기업에 의존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계 정보기술 회사 대표는 “창조경제란 벤처기업 특유의 연구개발과 신규사업 진출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라는 의미”라며 “정부의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대기업과 정부에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신용호 기자,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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