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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닦고 남은 자투리 땅에 학원 못 가는 고교생 공부방

중앙일보 2014.09.16 01:39 종합 23면 지면보기
고양배움누리에서 고교생들이 퍼즐을 이용한 집중력 향상 교육을 받고 있다.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다양한 방과후 학습을 받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어요.”


고양시가 건물 부지 내놓고
기금 모아 위스타트가 운영
작년 13명 대학진학 꿈 이뤄

 생활보호대상자인 정모(19)양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 학원에 다닐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지역에 개설된 방과후 교실에서 꾸준히 공부한 끝에 올해 숙명여대 경영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도로 개설로 방치된 시유지가 저소득층 고교생 80여 명의 향학 꿈을 키우는 장으로 변모해 화제다. 경기도 고양시 풍동 소재 ‘고양배움누리’가 바로 그곳. 학원 수업을 받기 어려운 지역 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청소년들의 진학을 돕기 위해 지자체와 주민·기업이 힘을 모아 설립한 시설이다.



 이 곳은 도로 개설 잔여지 402㎡에 2011년 12월 조성됐다. 부지는 고양시가 무상 제공했다. 여기에 국민은행이 8억원, 지역상인 모임인 애니골상가번영회가 1억원 등 총 9억원을 지원했다. 연간 운영비는 고양시와 국민은행이 절반씩 부담하고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도 매년 1억여원의 후원금품을 보태고 있다. 운영은 사단법인 위스타트가 맡고 있다.



 학생들은 배움누리에 마련된 학습실 에 모여 학원강사와 대학원생 등에게서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입시 과목을 배운다. 대입 대비 논술 교육도 실시된다. 사설 학원에 가야 배울 수 있는 과외 수업을 무료로 받는 셈이다. 입시 전문가 상담과 대학생들의 멘토링 지도의 자리도 마련된다. 매일 저녁과 간식도 제공되며 지역 봉사단체인 한마음봉사팀이 제공하는 차량으로 안전한 귀가도 보장받는다.



 이를 통해 지난해 15명이 도전해 13명이 대학 진학의 꿈을 이뤘다. 올해도 15명이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이다.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도 “지역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주말을 활용해 벽화 그리기, 집 수리, 노인 요양원 봉사, 안전 지킴이 등 지역사회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고양배움누리 이은행(49·여) 센터장은 “지역사회와 연계해 얼굴 반점 제거와 주걱턱 교정 등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개인적 고민거리도 해결해 주면서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성 고양시장은 “보다 많은 저소득층 고교생들의 학업 지원과 재능 계발, 진로 탐색과 복지 증진 등을 위해 고양배움누리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양=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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