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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물과자 키우자" 똘똘 뭉친 울산 동네빵집

중앙일보 2014.09.16 01:38 종합 23면 지면보기
이상준 울산제과협동조합 이사장(오른쪽)과 조합원들이 15일 울산 동구 일산동 울산명과에서 ‘울산12경 전병’을 소개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울산역에서 경주 특산물을 팔고 있는데 울산사람으로서 자존심 상하지 않습니까? 파리바게트와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은 우리 아닙니까.”

10명이 협동조합 꾸려 전병 개발
지역 특산품 돌미역 넣고 반죽
반구대 암각화 등 명소도 새겨



 울산 북구 양정동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김희수(36)씨는 지난 2월 선배 제빵인 이상준(43)씨를 찾아가 이런 불만을 터뜨렸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와의 경쟁 속에서 실력 하나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매출은 턱없이 적었다. 게다가 지역 특산물 판매장은 경주빵 같은 타 지역 유명 제과점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 김씨의 불만에는 제빵인의 ‘한(恨)’이 서려 있었다. 이씨가 물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김씨는 평소 생각해둔 아이템 하나를 제안했다. “우리 같은 동네빵집들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듭시다. 제과점을 차려 같이 운영하고, 울산에서 키운 농수산물로 명품 브랜드도 만들자는 겁니다. 혼자 힘으로는 대기업에 맞서기 힘드니 함께 힘을 모아 한 번 겨뤄보자는 거죠.”



 지난 14일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상가에 문을 연 ‘울산명과’는 이렇게 탄생했다. 영세 제과점 제빵인 9명과 제과 유통인 한 명이 모여 만든 ‘울산제과점협동조합’이 가게를 함께 운영한다. 가게는 조합원들이 1500만원씩 낸 출자금으로 마련했다.



 조합은 울산명과를 열면서 울산의 특산물로 만든 제과 전병(煎餠)을 대표상품으로 출시했다. 전병에는 북구 강동 청정해역에서 키운 돌미역이 들어있다. 여기에 반구대 암각화와 신불산 억새평원, 태화강 선바위와 십리대밭 등 울산12경과 울산 앞바다 돌고래 등 16가지 그림이 전병에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그래서 이름이 ‘울산12경 전병’이다.



 가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아이스크림은 울주군 특산물인 배가 주재료다. 화학첨가제와 방부제는 전혀 없다.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란다. 조합 총무를 맡고 있는 김씨는 “전병은 일반 제과보다 유통기한이 길어 대표 상품으로 선택해 만들고 있다”며 “울산의 특산물로 자리잡기 위해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들을 그림으로 새겨넣었다”고 설명했다. 이 아이디어 덕분에 지난 7월 기획재정부로부터 장관상도 받았다.



 사각 상자에 포장된 전병은 선물용으로, 비닐 포장은 일반 손님이 주로 사간다고 한다. 가격은 전병 32개짜리 세트 하나에 8000원. 선물용은 한 상자당 2000원이 추가된다. 전병 외에 초콜릿과 수제 쿠키, 커피 등 음료도 판다. 그래도 제빵인들이 함께 운영하는 곳인 만큼 제과들이 주력상품이다. 가게를 찾은 시민 윤지은(29·여)씨는 “회사 손님들에게 차와 함께 내놓을 생각”이라며 전병을 구입해 갔다.



 조합원들은 매일 오후 이곳으로 출근한다. 전병을 직접 만들기 위해서다. 오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5시간 동안 전병을 함께 반죽하고 굽는다. 32개짜리 세트 120개를 매일 만든다. 전병을 다 굽고 나면 다시 제과점으로 돌아간 뒤 다음날 새벽부터 각자 판매할 빵을 굽는다.



 이상준 조합 이사장은 “하루에 5시간도 못자면서 가게 두 곳을 운영하지만 울산의 대표상품을 만든다는 꿈이 있어 힘들지 않다”며 “동네빵집의 새로운 희망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앞으로 2년간 수익배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직원들도 조합원들이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장애인 시설에서 뽑기로 했다.



울산=차상은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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