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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 기자의 야구노트] 아시아 넘긴다, 박병호 '어퍼컷 스윙'

중앙일보 2014.09.16 01:04 종합 28면 지면보기
프로야구 넥센 박병호(28)가 과거에 자주 들었던 말. “넌 그래서 1군에서 안 통하는 거야.”


한때 2군용 타자 비판 들어
"나를 믿자" 50홈런 눈앞
아시안게임 주장까지 맡아

 박병호는 2004년 성남고 시절 대통령배 고교야구 대회에서 4연타석 홈런을 때린 유망주였다. 2005년 1차 지명을 받고 LG에 입단했지만 2년간 1할대 타율에 그친 뒤 상무에 입대했다. 2군 홈런왕에 오르기도 했지만 제대 후엔 똑같았다. 1군에 올라가면 변화구에 당했고, 2군에선 홈런을 펑펑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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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코치와 선배들이 한 마디씩 쏘았다. “네 스윙은 너무 크고 거칠어. 변화구가 뛰어난 1군 투수를 공략할 수 없어.” 박병호는 “그 말이 맞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내 스윙을 할 수 없었다. 몇 경기 못 치면 2군으로 떨어지는 게 반복됐다”고 털어놨다.



 박병호 스윙은 아크가 아주 크다. 임팩트 후 방망이 헤드가 머리 위까지 올라갔다가 마지막엔 땅바닥까지 떨어진다. 흔히 ‘업스윙 ’이라고 하는 궤적이다. 업스윙은 홈런이든 플라이볼이든 타구를 높이 띄우기 위한 기술이다.



 로버트 어데어의 저서 ‘야구의 물리학’은 타구를 가장 멀리 보내기 위해선 발사각이 35도가 돼야 한다고 썼다. 강력한 허리 회전을 하면 자연스럽게 업스윙이 되는데 파워가 뛰어난 서양인 타자에게 적합하다. 메이저리그 타격 이론으로 설명하면 허리 회전 타법(rotational hitting system)이다. 박병호의 스윙은 보통의 업스윙보다 정도가 더 심하다. 치고 나면 마치 눕는 것처럼 상체가 젖혀진다. 빅리그 통산 518홈런을 때린 앨버트 푸홀스(34·LA 에인절스)처럼 35도에 발사각을 맞춘 대포 같다.



 아시아인이 홈런을 치려면 허리 회전보단 체중을 이동해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한국의 홈런왕 삼성 이승엽이나 일본의 홈런왕 요미우리 오 사다하루는 오른 다리(이동발)를 위로 올려 힘을 모았다가 내리면서 타격했다. 미국 이론으로는 체중 이동 타법(weight shift system)이다.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후 박병호는 2012년 31홈런, 2013년 37홈런으로 2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올해 118경기에선 48홈런을 터뜨렸다. 1999·2003년 이승엽, 2003년 현대 심정수 이후 박병호가 역대 세 번째 50홈런 타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박병호의 스윙은 1군에서 통하지 않는다던 바로 그거다. 작게 체중 이동을 하고 크게 허리 회전을 한다. 허리 회전과 체중 이동 이론을 8:2 비율 정도로 섞은 것이다.



 지난 4일 NC전에서 터뜨린 홈런 4개는 박병호가 잡식성 괴물이란 걸 입증했다. 낮은 공은 골프스윙처럼 걷어올렸고, 높은 공은 더 띄웠다. 몸쪽 공은 팔을 굽힌 채 방망이를 돌렸고, 바깥쪽 먼 공을 때릴 땐 체조선수처럼 몸통이 크게 한바퀴 돌았다.



 고교생 박병호의 스윙을 다시 보고 싶어 10년 전 영상을 찾았다. 박병호의 스윙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박병호에게 물었더니 그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2004년 스윙과 2014년 스윙이 거의 같다. 지난 3년간 홈런이 늘어난 건 많은 타석에 들어서면서 요령과 기술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병호는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혔고 주장까지 맡게 됐다. 팬들은 박병호에게 역사적 한방을 기대한다. 박병호는 “대표팀 선발은 처음이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해서 자신이 없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를 평정한 박병호는 이제 아시아 정상을 향한다. 박병호 특유의 그 폼으로.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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