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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볼링' 보면 쓰러지실 걸요

중앙일보 2014.09.16 00:55 종합 29면 지면보기
볼링대표팀은 일정한 투구 폼을 유지하는 ‘로봇 볼링’으로 아시안게임에서 효자 종목 지위를 굳힌다는 각오다. 여자 대표팀은 베테랑 손연희(사진)를 중심으로 다관왕에 도전한다. [사진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효자 종목은 양궁·태권도가 전부가 아니다. 볼링은 올림픽 종목이 아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에 많은 금메달을 안겼다. 1978년 방콕 대회에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7차례 아시안게임(1982·1990년 제외)에서 금메달 25개(남자 7개·여자 18개)를 획득했다. 4년 전 광저우 대회에서도 한국은 볼링에 걸린 12개의 금메달 중 8개(남자 3개·여자 5개)를 휩쓸었다.


한국, 4년 전엔 금 8개 숨은 효자
모두 일정한 투구 폼 ‘로봇팀’ 별명
"올림픽 종목 아닌 설움 털어야죠"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볼링은 또 한 번 비상을 꿈꾼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른 최복음(27·광양시청)과 지난해 세계선수권 3관왕 손연희(30·용인시청)가 남·녀 에이스다.



이들을 필두로 여자팀 정다운(28·창원시청)·이나영(28·대전광역시청)·전은희(25·서울시설공단)·김진선(21·구미시청)·이영승(18·한국체대), 남자팀 강희원(32·부산광역시청)·김경민(28)·홍해솔(24·이상 인천교통공사)·신승현(25·수원시청)·박종우(23·광양시청)가 대표로 나선다.



 한국 볼링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권에 도달해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5개(은4·동5)를 따 프로 선수들이 다수 출전한 미국(금5·은4·동4)을 제치고 사상 처음 종합 우승을 거뒀다. 특히 한국 볼링은 2·3·5인조 등 단체전에 강하다.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의 기량이 고르기 때문이다. 손연희는 개인전인 마스터즈뿐 아니라 3인조·5인조에서도 우승해 3관왕을 차지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을 쓸어버리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볼링 대표팀. [사진 대한볼링협회]
 강대연(58) 볼링대표팀 총감독은 “지난 세계선수권에 미국의 한 해설자가 모든 선수들이 기계처럼 일정한 자세로 공을 던진다는 의미로 우리 팀의 경기를 ‘로봇 볼링’이라 부르더라”면서 “어렸을 때부터 훈련과 경기를 팀 단위로 함께 하는 시스템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연희는 “모두가 악바리 근성이 있고, 단합이 잘 되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국 볼링이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다. 올림픽 종목이 아니다보니 관심도가 떨어진다. 손연희와 함께 세계선수권 여자 3인조에서 우승한 이나영은 “올림픽 경기를 볼 때마다 ‘우리도 충분히 저 시상대에 설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속상했다”고 말했다. 최복음은 “볼링에 국가대표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4년 만에 다시 찾아온 기회다. 대표팀은 개막 한 달 전부터 경기 시작 시간(오전 9시)에 맞춰 적응 훈련에 나섰다. 오전 6시에 기상해 6시30분에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 9시부터 하루 6~7시간씩 훈련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강 감독은 “바이오 리듬을 대회 일정에 맞추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홈 이점을 활용해 태릉선수촌 대신 대회 장소인 안양호계체육관에서 훈련했고, 경기장 레인 분석도 마쳤다. 김경민은 “홈에서 열리는 대회라 심리적인 압박만 이겨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서로 대화도 많이 나누고, 심리 훈련도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볼링은 23일 시작한다. 일본·대만·말레이시아·쿠웨이트 등이 경쟁자다.



안양=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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