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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실망이야, 부동산 뜨겠니 … 떠도는 자금 728조원

중앙일보 2014.09.16 00:49 경제 2면 지면보기
회사원 이모(39·서울 여의도)씨는 부모님과 함께 산다. 몇 년 전부터 6세, 8세인 아이들 양육 때문에 부모님 집에서 살게 됐지만, 요즘 고민이 많다. 이씨는 예전에 살던 집을 전세로 임대해 줬다. 그러나 몇 달 전 전세가 2년 만기가 돼 재계약을 하려고 보니 주변 시세가 이미 6000만원 정도 올라 있었다. 그는 “주변 시세에 맞게 아파트 전세를 올려받았는데 막상 이 돈으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요즘 정기 예금금리는 2%대다. 정기예금에 돈을 넣자니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펀드나 부동산에 투자하기도 부담스럽다. 그는 “2년 전 전세로 받은 돈의 절반 가량을 여러 펀드에 분산투자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직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며 “경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동산에 투자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투자할 곳을 정하지 못하고 머니마켓펀드(MMF)에 돈을 넣어뒀다.


산업으로 돈 안 흘러 경기 위축
"불확실성 줄여주는 정책 필요"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옥죄고 있다.



 본지가 최근 국내 경제연구소 소장, 경제학자,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등 경제전문가 30명에게 설문한 결과, 이들은 “불확실성 때문에 개인도, 기업도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본지 9월12일자 8면 참조> 6개월 미만 정기예금, 현금, 양도성예금증서 등을 합친 단기부동자금이 2011년(6월말 기준) 628조원에서 지난해 691조원, 올해는 728조원으로 급증하고 있는 것도 바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10대 기업(상장사, 3월말 기준) 사내유보금도 516조원으로 5년 새 두 배가량 늘었다. 요즘 재테크 전문가는 펀드(수익률)에는 실망하고, 예금(이자율 상승 기대)은 포기하고, 부동산(가격 상승)에는 기대를 접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전한다.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금융위기 후 실질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짐에 따라 예금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중장기 자산에 대한 투자도 주저하게 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수익이 명확한 투자처가 나타날 경우 유동성이 대거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 단기버블 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대표는 또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지속되면 유동성이 산업으로 흐르지 않음에 따라 실물 경기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대표는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하는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욕구가 급감했다”며 “이런 심리를 움직일 수 있는 정책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과 가계가 현재 투자나 소비를 하기보다는 이를 미래로 미루고 있다”며 “거시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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