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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 … 내 돈을 어쩔꼬

중앙일보 2014.09.16 00:48 경제 2면 지면보기
#1. 정보기술(IT) 기업을 15년째 이끌어온 전문 경영인 김모(49·남) 사장은 국내 모바일 벤처기업 A사에 10억원을 투자했다. A사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회사로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었다. 김 사장은 그동안 벤처기업엔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기준금리가 2.25%로 떨어지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월급을 예금에 넣어둬선 도저히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없어서다. 결국 만기가 된 정기예금을 털어 벤처기업의 지분을 사들였다. 김 사장은 “요즘 모바일 게임 등 벤처기업이 상장(IPO)하면서 큰돈을 벌고 있다”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만 고르면 예금 보다 몇 배의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PB 20명 '요즘 큰손들 투자법'
물가 따지면 예금은 매력 없어
벤처투자·ELS·해외펀드 눈여겨봐
중위험 중수익, 절세가 대원칙
자산 10% 해외 투자 … 중국 선호

 #2. 사업가 유모(68·남) 전 회장은 30년 가까이 운영한 중소기업을 매각해 수중에 현금 50억원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었다. 마음 편하게 정기예금에 넣기엔 2% 안팎의 이자가 아쉬웠다. 그렇다고 과감히 투자하기엔 원금을 까먹을까 봐 불안했다. 며칠을 고심한 끝에 돈을 쪼개서 절세 상품에 넣었다. 30억원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금액 제한 없이 비과세 혜택을 주는 장기 보험에 월납형으로 넣었다. 나머지는 유동성과 비과세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게 국민주택채권(15억원)과 공모주 펀드(5억원)에 나눠 담았다. 그는 “금융소득이 이미 과세기준(2000만원)을 넘어서 투자할 때마다 고민이 많다”며 “한 푼이라도 세금을 줄이니 기대수익이 높아져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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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산가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부동자금이 728조원에 이른다. 역대 최대 규모다. 부동자금이란 6개월 미만 정기예금·머니마켓펀드(MMF)·현금 등을 합친 금액이다. 길 잃은 자금이 넘쳐나자 부자도 발벗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다. 본지가 은행·증권·보험사 등 금융사 간판 PB 20명(표 참조)에게 설문한 결과 15명이 “요즘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생겼다”고 답했다. 김병주 하나은행 PB팀장은 “최근 기준금리가 낮춰지면서 정기예금은 현금을 보관하는 수단이라는 인식이 커졌다”며 “정기예금이 만기된 고객은 도로 예금에 넣을지, 아니면 투자를 할지를 두고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장도 “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예금을 줄이고 투자에 나서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고객 중 10년 가까이 예금과 채권으로만 50억원을 굴리던 자산가조차 이번에 예금 일부를 배당주 펀드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자들은 공격적인 투자보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선호했다. 김인응 지점장은 “자산가는 그동안 직·간접 경험을 통해 위험자산에 대한 부담이 크다. 최대한 투자 위험이 낮으면서 정기예금보다 2~3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관심이 높다”고 했다. 요즘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게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이다. 18명의 PB가 “고객들의 포트폴리오에 ELS가 포함됐다”고 답했다. 반면 “예금에 넣었다”고 답한 PB는 9명에 불과했다. ELS는 기초자산(종목이나 지수)의 주가가 만기까지 일정 범위 내에 머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최철식 미래에셋증권 부장은 “자산가는 수익은 좀 낮더라도 종목형보다 안전한 지수형 ELS를 선호한다”며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지급식 조건이나 조기상환 확률이 높은지도 꼼꼼하게 따져보고 투자한다”고 말했다.



 성욱현 KDB대우증권 PB팀장은 “요즘 부자들은 세금에 더욱 민감해졌다”고 했다. 김병욱 KTB투자증권 상무는 “지난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졌다. 올해는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까지 3억원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내려가 절세가 재테크의 기본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철식 부장은 “예전보다 자산가가 먼저 나서서 생계형 저축, 물가연동채권, 연금계좌 등 절세 상품의 정보를 챙기고 활용하려는 의지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자산가들은 투자 시야를 넓혀 해외에도 분산투자한다. 아직까진 투자 위험을 고려해 전체 자산의 10%를 넘기지 않는다. 앞으로 유망 투자처로는 15표를 받은 중국이 꼽혔다. 다음으로 미국과 유럽이 각각 5표씩(복수응답) 받았다. 지수영 동양증권 차장은 “10월 후강퉁(<6CAA>港通)’ 제도가 시행되면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중국 증시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후강퉁은 외국인이 별도의 라이센스 없이 현지 증권사를 통해 상해증시와 홍콩증시의 주식을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제도다. 장인태 신한PWM PB팀장은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된 종목을 비교하면 중국 본토 주식이 여전히 저평가됐다”며 “중국 A주에 투자하는 중국펀드를 추천한다”고 했다. 유럽은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앞으로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은 고평가 논란에도 경기가 회복됐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진성 한국씨티은행 CPC강남센터 부지점장은 “저렴해진 임금, 낮은 에너지 비용, 신성장 산업 등으로 미국 기업의 실적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9.1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자산가의 부동산 투자에도 변화가 생겼을까. “자산가들이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높다”고 응답한 PB는 5명 뿐이다. 15명은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높지만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균성 교보생명 지점장은 “상당수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는 매도 시기를 고려 중”이라고 했다. 장영준 대신증권 압구정지점 부지점장도 “과거엔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 시장을 바라봤다면 요즘엔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경우 일부 매도해 금융자산에 넣어두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집(아파트)과 달리 상업용 부동산은 여전히 투자 매력도가 높다. 박균성 지점장은 “최근 몇 년간 오피스 빌딩 가격이 많이 하락해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김병욱 상무 역시 “상가 투자 문의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홍대·가로수길·북촌 등 핵심 상권뿐 아니라 주변 상권까지 관심이 높다”고 덧붙였다.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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