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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SOS, 21세기 한국이 새겨 들을 소리

중앙일보 2014.09.16 00:33 경제 11면 지면보기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세상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두 부류가 있다. 아울러 만질 수 있는 것과 만질 수는 없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가치도 있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그러나 가치 있는 그 무엇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처절하게 자원이 없는 우리 경제는 그나마 미래를 위한 가능성을 열어 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50년간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의 가치를 등에 업고 산업경제를 지탱해 왔다. 세계최고의 생산기술을 통해 하드웨어 산업의 최강자 반열에 오를 수 있었고, 그것이 자원은 없으나 20세기를 생존하는 전략이었다. 우리나라는 철광석이 전혀 생산되지 않는 나라다. 그렇다고 이웃나라에서 배로 한나절 만에 싣고 올 수 있는 광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배로 한 달에 걸쳐 싣고 와야만 비로소 철을 생산할 수 있다. 철광석을 태우는 코크스마저도 생산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애당초 한국에 세계 최대의 제철소를 짓는 다는 것은 바보 같은 결정임이 불 보듯 뻔했다. 그러나 그 좋은 의미의 바보 같은 결정을 통해 지난 50년간 우리나라가 고도 성장을 할 수 있는 단초가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또 한번의 바보 같은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와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육성·투자 해야만 하는 소프트웨어가 그것이다. 이제 나사를 조여서 만드는 자동차가 아니라, 주인을 알아보는 지능을 갖춘 자동차, 아교로 접착해 만든 신발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내장 칩이 장착된 건강지킴이, 쇳물을 녹여 성형한 스푼이 아니라 소금농도 센서가 내장된 건강파수꾼을 만들어야 한다. 나이키가 중국에서 50달러짜리 신발을 만들어 거기에 에너지 소모량을 센싱하여 알려주는 칩을 부착하게 되면 500달러의 부가가치가 더해지는 시기다. 현대자동차도 이미 연구개발(R&D) 인력만 따지면 50% 이상이 소프트웨어 연구인력으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덩어리로 구성된 네이버는 어느덧 회사가치가 KT와 SK텔레콤을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가 되었다.



 정부는 지난 7월 23일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를 선포했다. 이는 소프트웨어가 혁신과 성장, 가치 창출의 중심으로 개인·기업·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자원이 없는 나라가 21세기를 생존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부지런한 손발을 가진 노동의 경쟁력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노동력의 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이제 마지막 남은 것은 두뇌의 창의력이다. 소프트웨어는 창의적인 두뇌에서 나오는 상상력을 실현하는 도구이다. 정부가 선언한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안에는 초중등학교에서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대학은 소프트웨어를 매개로 학문간 융합을, 산업계는 스마트한 혁신을 이룰 다양한 정책이 포함되어있다. 이제 ‘자원이 없는 나라의 21세기 국가경영’이란 명제를 통해 비록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으나 소리없이 우리사회를 향해 외치는 SOS(Software Oriented Society)를 각계각층의 모두가 귀담아 듣고 매진 할 때이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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