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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갈등공화국' 벗어나는 길은 가깝다

중앙일보 2014.09.16 00:29 경제 11면 지면보기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두 손을 쓰면 한 손보다 힘이 강하다. 손가락마저 따로 놀면 힘을 쓸 수가 없다.”



 미국 예일대 역사학자 폴 케네디 교수가 단결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2006년 중국에서 ‘대국굴기(大國堀起)’란 TV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적이 있다. 5세기 이후 세계를 호령한 9개 강대국의 흥망성쇠 역사를 통해 강대국이 되는 비결을 담고 있다. 이듬해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되었는데 큰 호응을 얻어 재방송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가 꼽은 강대국의 제 1 조건이 바로 단결이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깊은 탄식이 절로 일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현재의 대한민국은 강대국이 되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사회갈등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 지역갈등·이념갈등·빈부갈등·세대갈등 등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많은 분열과 대립이 얽히고설켜 있다. ‘갈등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우리 사회에는 왜 이리 갈등이 많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주변에 대한 배려 부족이 원인이지 싶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상하관계에 대한 예의는 극진했다. 충효사상으로 대변되는 조선은 백성보다 임금이 우선이었고, 부모에 대한 공경이 절대적인 시대였다. 반면 수평적 관계에 대한 배려나 신뢰는 약했던 것 같다. 한 역사학자도 조선은 주변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사상이 부족한 시대였다고 지적한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역사학자의 지적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갈등을 극복하고 배려와 신뢰로 다져진 강대국이 될 수 있을까. 지난달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교황은 약한 자, 없는 자, 병든 자에게 스스로를 낮췄다. 그들의 발을 닦아주고, 입맞추고, 포옹해주었다. 심지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에게도 거리낌이 없었다. 교황은 낮은 행보를 통해 온 국민에게 배려와 화합의 가르침을 보여주었다.



 교황이 보여준 배려는 나보다 약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세상에는 나보다 우월한 사람도 있지만, 나보다 못한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경비원은 자신이 일하는 아파트 주민한텐 약자일지 모르겠지만, 신문과 우유를 배달하고 전단지를 돌리는 사람한텐 강자다.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은 돈 많은 부자를 부러워할지 모르겠지만, 실업자는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이처럼 강자와 약자는 상대적이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주변의 약한 사람은 보지 않고 나보다 우월한 사람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똑똑하고 돈 많은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양보와 봉사를 요구하면서 나보다 못한 사람한테 군림하고 함부로 대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래서 갈등과 분열을 해결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제 주변을 살펴보고 내 자신을 돌아보자. 나보다 큰 회사에겐 횡포라고 비난하면서 나보다 작은 회사에겐 함부로 대하진 않았는지. 기업에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면서 자신은 인색하지 않았는지. 내 상사에겐 아부하면서 내 후배에겐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생각한 바를 실천으로 옮겨보자. 작은 배려라도 실천해야 습관이 된다. 외국의 팁 문화는 이웃을 배려하는 실천이 습관화된 경우다. 팁을 주면서, ‘고생했다’는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받는 사람은 상대의 배려에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감동한 고객은 다시 그 호텔을 찾게 된다. 배려의 상승효과다.



 배려와 봉사는 꼭 돈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머리로, 손으로, 입으로 모두 가능하다. 환경 미화원에게 건네는 ‘수고하십니다’라는 말 한마디도 배려다. 집배원에게 물 한잔 나누는 것도 배려다.



 현대판 충효사상이 절실하다. 임금과 부모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충과 효를 실천해보자. 내 이웃과 사회에 예의를 갖추고 배려하는 작은 실천이 우리나라가 강대국으로 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우리는 단결의 힘을 충분히 경험한 민족이다. 인류 역사상 누구도 하지 못했던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DNA가 있다. 반대로 고구려의 패망, 임진왜란의 사례에서 보듯 갈등과 분열은 쇠락과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분열된 국가에 미래는 없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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