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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세월호 특별법 논란

중앙일보 2014.09.16 00:25 종합 30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4년 8월30일자 30면>

운동권 정당에서 국민의 정당으로




세월호 참극 이후 한국 사회는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로 나뉠 것이란 말이 나왔다. 그로부터 넉 달 반이 지난 지금 세월호 이후의 한국 사회는 이전의 사회보다 더 후퇴한 느낌을 준다. 나라의 기획집단이자 사령탑인 정치권이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 채 또 다른 갈등과 투쟁 속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책임은 합의 파기, 지도부 흔들기, 협박적인 강경론, 감상적 선동, 당파 이기주의, 장외 투쟁 같은 반의회주의적 행태를 일삼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민심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족들이 오히려 새정치연합에 ‘국회로 들어가라’고 지침을 주는 판이니 130석 거대 야당의 몰골이 얼마나 초라한가. 그나마 15명의 소속 의원이 ‘국회를 지켜야 한다’는 의회주의적 용기를 보여준 건 다행이다.



 새정치연합의 반의회주의적 고질병은 1970~80년대 체질화됐던 반독재 민주화 운동의 투쟁 문화에서 비롯됐다. 운동권 문화는 30여 년이 흘러 민주화가 달성된 뒤에도 진보진영을 지배하고 있다. 세상을 민주·진보의 선한 세력과 반민주·보수의 악한 세력의 투쟁이라는 선악논리·증오논리·진영논리로 바라보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비극은 운동권 논리가 이른바 친노·486·시민운동 출신 강경파들에게 스며 있고, 이들이 당의 주류세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들은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선명성과 투쟁성을 더 강조하고 있다. 그들의 관심이 정권 교체보다 당권 장악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새정치연합이 걸핏하면 투쟁을 외치는 독선적인 운동권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복잡다원화된 민주 사회의 후진 집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런 후진적 집단으로 떨어진다면 ‘세월호 이후’의 나라 건설에 장애가 되는 건 물론 2016년 총선이나 2017년 대선도 기약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호남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중도개혁·지역연합으로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고, 노무현 대통령도 정몽준 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중간·중산층을 안심시키면서 집권이 가능했다. 미국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나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역시 이념과 계급, 선명성에 집착했던 당 주류 세력과 맞서면서 제3의 노선, 경제민생 노선을 확립함으로써 집권의 기반을 쌓았다.



 새정치연합 ‘15인의 의회주의자’는 다음 주 당의 진로를 놓고 강경파들과 치열한 난상토론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그동안 의회파들은 주류·강경파의 눈치를 보느라 의원총회에서 제대로 발언하기조차 힘든 형편이었다. 이제 그들의 용기가 운동권 체질의 정파적 정당에서 다원화 사회를 이끌어갈 국민적 정당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세상이 변하면 야당도 변해야 산다.





한겨레 <2014년 9월 3일자 31면>

‘청와대 조사 불가’ 본심 드러낸 새누리당




“특검을 피해자 쪽에 달라는 것은 여당이든 청와대든 막 조사하겠다는 것 아니냐.” 만난 지 30분 만에 결렬된 1일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와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대표단의 3차 만남에서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한 말이다. 특별법 협상에 임하는 여권의 ‘본심’이 무엇인지를 이처럼 정확히 보여주는 말도 없다. 세월호 특별법 타결이 왜 이처럼 지지부진한지, 그리고 어느 쪽에 진정으로 책임이 있는지도 이 말 한마디가 웅변해준다.



 세월호 특별법 교착상태가 지속되면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유족들이 너무 지나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유족들의 과도한 불신을 나무라며 ‘정부·여당을 한번 믿어보라’는 요구도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 불신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음이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표면적 쟁점은 우리의 법체계 따위의 논란이지만 그 실체적 본질은 ‘청와대와 여당의 조사 회피’ 문제인 것이다.



 이 대목에서 새누리당에 묻고 싶다. 과연 ‘여당과 청와대를 조사하면 안 되는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역 없는 진상규명’은 결코 흔들릴 수 없는 당위적 명제다. 눈앞에서 꽃다운 우리 아들딸들을 속절없이 물속에 수장시켜 버린 원인과 과정을 낱낱이 가려내 다시는 이 땅에 그런 비극이 없도록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 땅의 국민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은커녕 오히려 성역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겠다는 일념으로 특별법 협상에 임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본심이 그렇다면 최소한 특별법 교착의 원인을 유족들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 때문으로 몰아가지는 말아야 한다. 정치적 의도를 따지자면 오히려 청와대와 여권의 정치적 타격만 계산하고 있는 새누리당이야말로 너무 정략적이다.



 사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이 혼돈 상황에 마침표를 찍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나를 포함해 정부에 몸담고 있는 사건 관계자 모두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조사를 받겠다’고 선언하면 쉽게 끝날 일이다. 모름지기 국가의 최고지도자라면, 그리고 이런 국가적 참사에 죄책감을 느끼는 대통령이라면 그런 정도의 국량을 보여야 마땅하다. 이런 선언은 단순히 세월호 특별법 타결 차원을 넘어서 우리 사회를 화합·단결로 이끌며 한 단계 진전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 이런 기대를 하는 것부터가 참으로 부질없는 노릇이다. 새누리당에 ‘방탄’ 임무를 맡긴 채 모르쇠로 일관하는 박 대통령은 2일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도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그렇다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본심’이 바뀔 조짐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올해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추석이 될 것만 같아 벌써 마음이 무겁다.





[논리vs논리] 중앙일보 “야당 반의회 고질병” 한겨레 “청와대·여당 책임 회피”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그리고 역사는 반복된다. 이 짧은 금언을 부정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있어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는 아놀도 토인비의 말은 세월호 참사로 갈등을 겪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지적하는 듯하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새정치연합, 그리고 유가족의 생각은 조금씩 다르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본 유가족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단순히 과거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말이 위로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여당, 유가족, 야당의 입장에는 차이가 있다. 국민 모두가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데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겨레와 중앙은 세월호 특별법 논란에 대해 다양한 사설을 내놓았지만 쟁점이 되는 수사권과 기소권 요구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른 것 같다. 또한 특별법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책임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겨레는 ‘청와대 조사 불가’라는 본심 때문에 새누리당이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반면 중앙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운동권 정당’이라고 비판한다. 세월호 특별법이 합의되지 못하는 이유와 정치권의 충돌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한겨레는 9월 1일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와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대표단의 3차 만남에서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원장의 “특검을 피해자 쪽에 달라는 것은 여당이든 청와대든 막 조사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말이 여권의 ‘본심’이라고 분석한다. 이 한마디가 세월호 특별법 타결이 지지부진한 이유와 책임 소재를 웅변한다고 말한다. 이에 비해 중앙은 세월호 이후의 한국 사회는 이전의 사회보다 더 후퇴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그 원인은 정치권이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 채 또 다른 갈등과 투쟁 속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상황의 가장 큰 책임을 반의회주의적 행태를 일삼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묻고 있다. 한겨레는 세월호 특별법 논란의 책임을 새누리당과 청와대에 묻고 있지만, 중앙은 세월호 민심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태도에 책임을 묻는다.



 한겨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합의하지 못하는 표면적 쟁점이 수사권과 기소권 문제에 대한 법체계에 대한 논란이지만 그 실체적 본질은 ‘청와대와 여당의 조사 회피’ 라고 꼬집는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역 없는 진상규명’은 결코 흔들릴 수 없는 당위적 명제이기 때문에 ‘여당과 청와대를 조사하면 안 되는가?’라고 묻는다. 이에 비해 중앙은 1970~80년대 체질화됐던 운동권 문화가 진보진영을 지배하고 있다며 새정치연합은 강경파가 주류 세력을 구축하고 있어 반의회주의적 고질병을 앓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겨레는 새누리당이 성역 없는 진상규명은커녕 오히려 성역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겠다는 일념으로 특별법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청와대와 여권의 정치적 타격만 계산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너무 정략적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중앙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독선적인 운동권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민주사회의 후진 집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2016년 총선이나 2017년 대선도 기약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논란의 해법도 서로 다르다.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를 포함해 정부에 몸담고 있는 사건 관계자 모두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조사를 받겠다’고 선언하면 된다고 말한다. 반면에 중앙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의회파들이 용기를 내고 운동권 체질의 정파적 정당에서 벗어나야 다원화 사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청와대와 여당에게 책임을 묻는 한겨레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주류·강경파에게 화살을 겨눈 중앙의 목소리가 엇갈린다.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국어교사
 서로 다른 생각에 대해 토론하고 상대방을 인정하며 합의를 이끌어가는 과정이 민주주의다.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그 책임을 철저히 물어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는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먼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면 크고 작은 사고는 계속되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말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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