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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영선 탈당설' 까지 나온 제1 야당의 내분

중앙일보 2014.09.16 00:05 종합 34면 지면보기
새정치민주연합이 나라의 우환 덩어리가 됐다. 4·16 해상참사에 스스로 가장 진정성 있는 정치집단인 것처럼 굴더니 당의 지배체제 문제가 나오자 너나 없이 주판알을 두드리며 내분과 혼미에 휩싸였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내팽개쳐 대의민주주의의 정당 역할에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더 나아가 국회내 원내협상 구조까지 무너졌으니 일찍이 이런 야당을 본 적이 없다.



 원내대표를 겸하고 있는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이 느닷없이 탈당 의사를 밝히며 종적을 감춘 건 정당 사상 초유의 사태다. 그는 자취를 감추기 전 언론 인터뷰에서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저렇게 물러나라고, 아니 당을 떠나가라고 하는 것 같아 탈당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아예 나를 죽이려는 것 같다. 쫓겨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참패한 뒤 각 계파 합의에 의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됐다. 내년 봄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선출할 때까지 당무 전반의 권한을 위임받고 국회 내 협상권까지 거머쥔 막강한 실력자가 된 것이다. 그런 박영선 위원장이 ‘쫓겨나는 신세’가 된 건 본인의 잘못이 크다. 세월호특별법 협상안이 두 번이나 의원총회에서 거부됐고 그가 세운 비대위원장 후보자마저 당내 각 세력에 의해 부정된 건 그의 리더십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영선 사태의 근본 원인은 이성보다는 감상, 협상보다 투쟁, 타협보다 선명을 중시하는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습관적인 운동권 체질 탓이다. 특별법 협상안은 주지하다시피 특별검사의 추천권을 내용적으로 유족과 야당이 갖고 형식적으로만 여당이 갖는, 야당이 얻어낼 수 있는 최대치였다. 이런 안조차 “유족이 원하는 대로”라는 감상적인 집단사고와 동조 단식이라는 극단적 행동으로 폐기시킨 게 오늘날 새정치연합의 정치문화다. 20~30년 전 거리의 민주화 투쟁 시기에나 통했던 ‘민주-반민주 구도’의 2분법 사고는 의회 정치는 물론 당내 파벌 투쟁에 공공연히 나타나고 있다. 당내 최대 파벌인 친노 세력과 초·재선 투쟁그룹 등은 자기들이 앞장서 박영선 위원장을 추대해 놓고 박 위원장이 ‘중도 보수’ 색깔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끌어들이려 하자 표변했다. 비대위원장직뿐 아니라 원내대표직까지 내려놓으라고 요구했다. 당의 정체성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그들의 의도를 읽기는 어렵지 않다. 차기 당권을 장악해 2016년 총선의 공천권을 장악해야 하는데 단순 관리형에 머물러 있어야 할 박 위원장이 자기 정치를 한다고 판단해 제거하려는 것이다.



 제1 야당 리더십의 붕괴와 파벌 싸움은 국회 운영에 직결되고 이는 민생과 국익의 파괴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어선 안 된다. 정치문화의 토대가 투쟁형 운동권 정치에서 협상형 합의정치로 전환돼야 한다. 제1 야당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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