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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B사태, 금융 후진국 벗어날 마지막 기회

중앙일보 2014.09.16 00:05 종합 34면 지면보기
KB금융 사태가 기어코 ‘막장 드라마’로 흐르고 있다. 이달 초 금융감독원이 중징계를 내렸지만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임 회장에게 3개월 직무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사실상 퇴임을 요구한 것이지만 임 회장은 여전히 ‘소송 불사’를 외치며 반발하고 있다. 급기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KB금융 이사회에 임 회장 압박을 주문했다고 한다. KB금융지주가 어제 긴급 이사회를 열어 임 회장에 대해 자진사퇴를 권고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이 자리에서 다수의 이사들은 “KB금융의 안정을 위해 임 회장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임 회장도 이젠 깨끗이 물러나 KB금융이 새출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당사자로선 억울한 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큰 그림을 볼 때다. 임 회장이 버틸수록 KB금융의 혼란이 커질 것이다. 어제 KB금융 주가는 5% 넘게 하락해 3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주로 외국계 증권사들이 ‘팔자’에 나섰다고 한다. 시장에서 KB의 ‘집안싸움’을 불안의 눈초리로 쳐다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애초 권력의 손발이 돼 낙하산 입성의 길을 활짝 열어준 게 누군가. 서로 다른 줄을 타고 온 낙하산 경영진 간의 다툼이 이번 KB금융 사태의 본질이 아닌가. 그런데도 벌써 다음 KB금융 회장 자리는 누구 몫으로 낙점됐다는 얘기가 나돈다고 한다. 이번에도 한국 금융의 이런 후진적 관치 본능이 살아난다면 우리 금융에는 미래가 없다. ‘낙하산→경영권 분쟁→도로 낙하산’의 악순환을 막아내는 데 금융당국 수장들이 직을 걸어야 할 것이다.



 주인 없는 거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지금의 KB금융처럼 사외이사 몇 명이 밀실 논의를 통해 회장을 뽑는 방식은 곤란하다. 무자격 낙하산의 입성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하되, 장기적인 경영 안정 방안도 함께 찾아야 한다. 은행이 망가지면 산업도, 나라도 망가진다. 17년 전 외환위기의 교훈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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