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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참으로 웃기는 일

중앙일보 2014.09.16 00:02 종합 35면 지면보기
추석이 좋긴 하더라. 그리운 혈육을 볼 당당한 명분이 생기니 말이다.



 장남인 오빠 집에 뭉친 사남매. 그중에서도 외국에 사는 동생 부부를 보니 애틋하기만 했다. 하지만 오빠 집인 23층에서 1층까지 셀 수 없이 담배 피우러 오르락내리락하는 그 동생 때문에 제대로 말도 못하고 헤어졌다. 천성이 게으른 그를, 그리 부지런떨게 했던 그놈의 담배. 마약이랑 뭐가 다른가 싶다.



 예전에는 당당하고 폼 좀 나 보이게 담배 피우던 멋진 배우도 많았다. 아마 그걸 흉내 내며 담배에 손을 댔던 모양이다.



 낯익은 장면. 무슨 우리 같은 곳에 옹기종기 쭈그리고 앉아 뽀얗게 연기를 피우는 사람들. 이제 더 이상 그들이 당당해 보이지도, 폼 나 보이지도 않는다.



 내년 1월부터 담뱃값이 2000원 오를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의견도 분분하다. 금연에 도움도 안 되고 물가 인상 원인이 돼 서민들만 더 힘들 거라는 사람. 외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싼값 때문에 흡연율만 늘었고, 국민건강 때문에 지출되는 보험료가 많아 올려야 한다는 사람. 모아놓은 세금이 바닥나서 세수 충당하려는 꼼수일 거란 사람.



 10년 동안을 터무니없는 값으로 ‘돈 걱정 말고 맘껏 누려라’고 해놓고선 다들 중독돼 끊기 힘든 지경이 되니 ‘몸에 나쁘니 이제는 피우지 마라’며 가격을 두 배 가까이 올린다? 가만 생각해 보면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이 일을 웃기지 않게 만들려면 늘어난 세수는 반드시 흡연자들의 건강 챙기는 일에만 써야 할 거다. 담배가 원인인 병에 걸렸다면 올려 받은 세금 가지고 적극적으로 고쳐도 주고.



 일단, 여러 말 하지 말자. 돈이 있건 없건 이미 중독된 어른들은 끊을 수 있으면 좋고, 못 끊어도 할 수 없다. 멋 모르고 어른 흉내 내려고 담배를 입에 무는 청소년들만은 막자. 흡연자가 된 그들의 미래가 눈에 선하기에 그렇다.



 끊기 힘든 것도, 몸에 나쁘다는 것도. 어른들은 다들 알면서 청소년들이 담배에 손대는 걸 가만 놔두는 건 정말로 무책임한 거다. 값을 확 올리는 것만이 그들의 흡연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떡볶이 대신 담배 한 갑과 햄버거·감자튀김·콜라 대신 담배 한 갑인 것은 그들에겐 천지차이다.



 옷은 그럴듯하게 챙겨 입고 전자담배를 ‘아가 가짜 젖꼭지’처럼 목에 걸고 다니는 남편이나 X 마려운 개처럼 담배 피울 곳을 찾아다니며 구박받는 내 동생이나. 우리 아이들이 저 지경이 된 그때 가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그런 말. 이제 더는 하지 말자.



엄을순 문화미래이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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