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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들이 말하는 나눔의 즐거움

중앙일보 2014.09.16 00:00
 현금이 오가는 모금 기부를 넘어 새로운 방식으로 기부에 참여하는 이들이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발휘해 사회에 기여하고, 헌옷을 정리해 제 3세계 어린이들에게 보낸다. 이들은 자신의 일을 ‘기부’가 아닌 ‘나눔’ 이라고 소개한다.


"못다 이룬 꿈 실현, 마음의 상처 치유"

♥ 회사원 양은혜(29)씨

“수학 교사 꿈, 아프리카 아이들 위해 교과서 만들며 이뤘어요”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수학 교과서를 만드는 일은 못다 이룬 제 꿈을 실현시킨 일이었어요. 수학을 전공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꿈이었어요.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수학 교사를 포기하고 회사에 들어가게 됐어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인터넷에서 ‘아이들을 위한 산수책을 만듭니다’라는 글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웰던 프로젝트’에서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수학 교과서를 만들 교사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죠. 수학 교과서를 직접 만들어 아프리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였어요. 다른 방식으로 수학 교사의 꿈을 이루는 거였죠. 평소 NGO들을 통해 기부 활동은 했는데, 후원금을 모아주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라는 게 늘 아쉬웠어요.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제가 가진 능력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 심장을 뛰게 만들었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웰던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현재 1년이 넘도록 수학 교과서 콘텐트 기획에 참여하고 있어요. 봉사자들과 합숙하며 밤샘작업을 해요. 체력적으로 힘든 일도 많지만 제가 참여해 만든 교과서를 펼치고 열심히 공부할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행복하답니다.



♥ 공예강사 유희숙(34)씨

“옷 정리해 가득 담아 보내면 큰일이라도 한 듯 마냥 즐거워요”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로서 금전적 기부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찾은 기부 방식이 바로 옷캔(OTCAN)이었어요. 아직 깨끗한 아이들의 옷을 버리기 아까웠는데, 헌옷마저 없어서 입지 못한다는 제3세계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옷을 정리해 보내기 시작했어요. 주로 아이들의 옷이나 신발, 가방 등을 모아두었다가 택배로 보내죠. 커다란 박스에 정리한 물품들을 가득 채워 보내면 큰 일이라도 한 듯이 마냥 신나고 즐거워요. 평소에 가끔씩 느꼈던 우울한 감정도 사라졌어요. 나이가 들고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인생에 대해 허망함과 회의감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박스에 물품을 보낼 때마다 ‘나도 어딘가에 꼭 필요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기부를 통해 누군가를 돕기도 하지만, 제가 갖고 있는 마음의 상처도 치유하게 됐어요. ‘돈이 없으니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그때 기부해야지’라고 생각하면 아무 것도 못하죠. 큰돈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헌옷도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늘 생각해요. 앞으로는 지식 기부나 재능 기부도 찾아서 해볼 생각이에요.



<라예진 인턴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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