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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월요일] 남성 패션의 마침표 '핏'

중앙일보 2014.09.15 01:32 종합 14면 지면보기

97·103 사이즈의 등장   몸에 꼭 맞는 사이즈를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95·100·105 같은 전통적인 치수 외에도 97·103 등 틈새 사이즈도 기성복 시장에 등장했다. 예를 들어 100과 97 사이즈의 경우 재킷은 어깨선·허리선·소매길이·총 길이, 바지는 허벅지·종아리 둘레가 각각 미묘하게 달라 꼭 끼는 스타일을 뽐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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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눈에 띄는 남성 패션 트렌드가 있다. 다리 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쫄바지’ 패션이다. 슈트 차림인데도 꼭 맞는 바지통에 밑단은 잘록하고 재킷 허리춤도 한껏 위로 올라 붙어 있다. 괴상한 취향이라 치부하고 외면하기도 어렵다. 요즘은 감각 있는 40~50대 비즈니스맨들도 이런 차림을 종종 선보인다. 마치 첨단 신식 멋을 구가하며 1930년대 서울을 주름잡던 멋쟁이 ‘모던 보이’를 연상케 한다. 전문가와 함께 ‘2014년판 모던 보이 되는 법’을 알아봤다.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금 남성복 바지는 더 줄어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더 짧고, 더 몸을 옥죄며, 더욱 줄어드는 모양새”라고 현상을 묘사했다. WP 보도처럼 이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상한 트렌드라기보다는 세계 남성복 분야에 퍼져 가는 유행이라 볼 수 있다. 또 감각 있는 중년 남성 패션에서도 점차 확산하는 걸 보면 이런 현상이 유행을 좇는 일부 젊은 층에만 국한하는 것도 아니란 얘기다. 이병헌·정우성·소지섭·송일국 등 유명 남성 연예인의 스타일을 책임져 온 스타일리스트 박만현씨는 “남의 옷 빌려 입은 것처럼 품이 넉넉한 차림을 선호하는 남성이 많다. 최신 트렌드를 참고한다면 이런 스타일은 입은 사람만 편할 뿐 멋있다는 평을 듣긴 어려운 품새다. 자신의 신체 치수에 꼭 맞는 옷만 입어도 세련되고 정갈해 보일 수 있다. 40대든 50대든 사이즈를 이해하고 옷을 입으면 ‘아빠’ 대신 ‘오빠’로 보일 수 있다 ”고 말했다.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보통 남성들이 선호하는 품 넉넉한 옷차림과 몸에 꼭 맞는 모양새가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 비교해 봤다. 박만현씨의 조언에 따라 연출했다. 똑같은 옷, 다른 사이즈의 비교 감상법이다.

거울 속 내 모습, 황금 비율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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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자신의 옷 입기 방법을 평가해 보는 게 먼저다. 배가 나왔으니 벨트는 허리춤 약간 아래 두는 게 편하지 않은가. 허벅지가 너무 꽉 죄면 답답하고 불편하니 통 큰 바지가 훨씬 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바지 밑단은 바닥에 끌리지만 않으면 접히든 말든 크게 상관 없기도 하다. 대개 한국 남성들은 이렇게 옷을 입는다. 한데 재킷처럼 남성복의 기본 품목일수록 사이즈,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핏(fit)’이 굉장히 중요하다. 영어 핏은 ‘꼭 들어맞다’는 뜻이다. 슈트 1벌을 갖춰 입은 사진 ①을 보자. 핏을 잘 맞춘 슈트 차림이 품 넉넉한 양복보다 단정해 보인다. 재킷의 어깨선이 손으로 만져지는 가장 바깥쪽 어깨뼈와 거의 일치한다. 시각적으로 어긋나 보이는 것보다 딱 들어맞아 보이는 게 안정감을 주기에 정갈하고 세련돼 보이는 것이다. 핏이 맞는 재킷을 입었을 때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재킷 자체가 자신의 사이즈를 항상 염두에 두고 체형을 유지하려 노력할 기준이 된다. 많은 사람이 재킷, 즉 상의에 비해 하의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나마 재킷 어깨선 정도는 맞춰 입는 사람도 있지만 바짓단과 통은 대단한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펑퍼짐하게 늘어진 바지보다는 길고 곧게 쭉 뻗은 다리 선이 적당히 드러나는 바지를 입어야 다리가 훨씬 길어 보인다. 역시 어떻게 보이느냐에서 기인한 옷 입기 전략이다. 결국 재킷과 바지의 핏을 생각해 옷을 입는 건 시각적 황금 비율을 찾아내는 일이다.

‘알맞은 핏’은 캐주얼 차림에도 필수

사진 ②에서 눈에 띄는 건 상의 재킷보다 바지다. 제대로 된 핏 바지를 입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비교하면 전자는 ‘말끔하다’로, 후자는 ‘후줄근하다’로 정리할 수 있다. 후자는 신발 위로 여러 겹 주름이 진 채 허벅지가 늘어져 보이는 바지를 입었다. 전자는 신발 뒤축에 살짝 닿을 정도로 밑단을 정리하고 허벅지·종아리 부위도 신체에 꼭 들어맞는다. 캐주얼 차림에도 핏이 중요하며 바지 사이즈를 제대로 알아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캐주얼이야말로 품이 낙낙한 걸 선호하는 게 아빠·아저씨의 본능이다. 그렇지만 캐주얼 의류를 입을 때 품새가 커보이면 정장 슈트 큰 걸 입은 것보다 더 어색하다. 가을·겨울로 접어들수록 겹쳐 입을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캐주얼 패션으로 속옷·셔츠·스웨터·재킷·외투를 입는다면 상의에만 5겹을 입게 된다. 넉넉한 옷 위에 더 큰 옷을 겹쳐 입을 수밖에 없으니 정장 슈트에 외투 정도로 가볍게 입었을 때보다 더 풍성해 보이고 부감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캐주얼 재킷에선 특히 가슴과 어깨로 이어지는 부위가 몸에 맞지 않으면 여기에 주름이 잡히고 어깨가 구부정해 보인다. 특히 어깨에 힘을 뺀 채 편안한 자세를 즐기는 중년 남성이라면 캐주얼 재킷의 핏 선택을 더 잘해야 움츠린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촬영협조=채병찬·김보헌(모델·DCM), 브루넬로쿠치넬리·아르마니꼴레지오니·페이·TNGT·아르키메데스·S.T.듀퐁·캘빈클라인진(의상 ), 마리의정원(헤어·메이크업)

97·103 사이즈의 등장

몸에 꼭 맞는 사이즈를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95·100·105 같은 전통적인 치수 외에도 97·103 등 틈새 사이즈도 기성복 시장에 등장했다. 예를 들어 100과 97 사이즈의 경우 재킷은 어깨선·허리선·소매길이·총 길이, 바지는 허벅지·종아리 둘레가 각각 미묘하게 달라 꼭 끼는 스타일을 뽐낼 수 있다.

제발 이것만은 참아 주세요

옷을 잘 입으면 멋쟁이가 된다. 그런데 옷을 못 입으면 ‘패션 테러리스트’라 불린다. 그만큼 주의해야 할 스타일이 있다는 얘기다. 멋쟁이가 될 수 없을지언정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지 않을 방법이라도 알아두면 좋다. 스타일리스트 박만현씨는 다음 네 가지를 남성 패션에서 ‘제발 이렇게만 입지 마세요’로 꼽았다.

①핏을 과도하게 강조한 슈트 =핏이 중요하대서 숨도 못 쉬게 몸에 꼭 맞는 슈트나 재킷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취향에 따른 것이겠지만, 여성들이 아주 부담스러워하는 남성 패션이다. 패션에서도 과한 것보단 모자란 게 낫다.

②슈트에 흰 양말 = 정통 슈트에 스포츠용 흰 양말은 ‘절대금기’다. 재미있는 건, 요즘 유명 패션쇼에 정통 슈트에 흰 양말 차림이 종종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진 패션 최고수인 디자이너들이 감행한 실험에 가까우니 잘못 따라 하면 안 된다.

③벨벳 슈트 =아주 곱고 가는 실로 짠 면 혹은 합성섬유 표면을 균일하게 다듬은 게 ‘벨벳(velvet)’이다. ‘비로도’로 불린다. 서양 복식사를 살펴보면 벨벳은 대개 의복·예복에 주로 쓰였다. 그러니 벨벳 상하의 슈트는 평상시 멋 내기용으론 다소 부적절하다.

④반짝반짝 ‘갈치 슈트’와 ‘비즈 넥타이’ = 매우 윤이 나게 가공한 슈트가 한국 남성들 사이에 유행했다. 전문가들이 이런 차림이 너무 과하다고 꾸준히 얘기한 덕분에 조금 줄어들긴 했 다. 반짝이는 ‘비즈’ 넥타이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부담스러운 패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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