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퍼스트 펭귄
당시 마블은 경영난으로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 A급 캐릭터를 이미 매각하고 B급 캐릭터만 보유하고 있었다. 이 캐릭터는 A급 캐릭터보다 인기와 매력도는 떨어졌다. 그러나 그들만으로도 마블만의 고유 세계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했다. 마블은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내는 대신 기존 캐릭터의 숨겨진 가치를 부각하고, 다양한 조합을 통해 마블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아이언맨 1편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소품으로 노출시켜 연결 고리를 만드는 식이었다. 영화 마지막의 엔딩 크레딧 이후에는 마블의 다음 작품을 암시하는 영상을 삽입해 각각의 작품이 독자적이면서 동시에 슈퍼히어로의 종합판인 어벤져스를 위한 기초로 작용할 수 있도록 구상했다. 이를 통해 마블이 제작하는 슈퍼히어로 작품을 공유하는 가상 세계인 ‘마블 유니버스’를 구축했다. 또 최고경영자(CEO), 만화가 등이 참여하는 6인의 ‘크리에이티브 위원회’를 통해 마블 캐릭터의 색깔과 분위기를 일치시켜 마블만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동시에 기존 인쇄 매체의 캐릭터를 영상용으로 진화시켰다.
예를 들어 아이언맨은 만화책에서는 어둡고 우울한 캐릭터로 별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영화에서는 배우의 연기를 통해 유쾌하고 재밌는 캐릭터로 탈바꿈했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미래연구본부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