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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토르를 한 팀으로 … B급 만화 주인공 모아 'A급 영화' 만든 마블

중앙일보 2014.09.15 00:10 경제 2면 지면보기
미국의 마블 엔터테인먼트는 어벤져스,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토르 등 시리즈물을 연속으로 성공시키며 약 58억 달러의 수입을 거두었다. 마블은 서로 다른 작품의 공통분모를 엮어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는 ‘크로스오버 무비(Crossover movie)’ 장르의 대표 주자다.


세계의 퍼스트 펭귄

 마블은 1939년 설립 이후 9000만개 이상의 캐릭터를 창조하며 미국 만화 산업을 지배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출판 만화 시장이 위축되어 파산보호신청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후 영화사에 캐릭터 판권을 팔아 돈을 버는 사업 모델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마블은 자사가 판권을 매각한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이 영화로 성공을 거두는 모습을 보면서 기존 사업 모델을 수정하고 직접 영화 제작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마블은 경영난으로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 A급 캐릭터를 이미 매각하고 B급 캐릭터만 보유하고 있었다. 이 캐릭터는 A급 캐릭터보다 인기와 매력도는 떨어졌다. 그러나 그들만으로도 마블만의 고유 세계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했다. 마블은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내는 대신 기존 캐릭터의 숨겨진 가치를 부각하고, 다양한 조합을 통해 마블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아이언맨 1편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소품으로 노출시켜 연결 고리를 만드는 식이었다. 영화 마지막의 엔딩 크레딧 이후에는 마블의 다음 작품을 암시하는 영상을 삽입해 각각의 작품이 독자적이면서 동시에 슈퍼히어로의 종합판인 어벤져스를 위한 기초로 작용할 수 있도록 구상했다. 이를 통해 마블이 제작하는 슈퍼히어로 작품을 공유하는 가상 세계인 ‘마블 유니버스’를 구축했다. 또 최고경영자(CEO), 만화가 등이 참여하는 6인의 ‘크리에이티브 위원회’를 통해 마블 캐릭터의 색깔과 분위기를 일치시켜 마블만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동시에 기존 인쇄 매체의 캐릭터를 영상용으로 진화시켰다.



예를 들어 아이언맨은 만화책에서는 어둡고 우울한 캐릭터로 별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영화에서는 배우의 연기를 통해 유쾌하고 재밌는 캐릭터로 탈바꿈했다.



 마블이 파산 위기를 극복하고 미디어 산업의 퍼스트펭귄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보유한 역량을 재발견하고, 융합과 확장을 통해 재창조한 전략 때문이다. 창조는 자신에게 없는 남의 것을 부러워하고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의 가치를 높이고 융합하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마블은 입증해 보였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미래연구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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