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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단절 식탁'은 저리 가라 … '밥상머리 대화'가 가족사랑 돋워요

중앙일보 2014.09.15 00:05 부동산 및 광고특집 6면 지면보기
최광성·정은정 부부가 아이와 함께 밥상머리 교육에 참여해 식사 시 소통의 중요성을 체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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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 맑은바람 캠페인

예로부터 밥상은 소통과 대화의 창구였다. 식사 때마다 가족이 둘러앉아 자연스럽게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우리나라의 밥상은 가정교육이 이뤄지는 중요한 의미도 담고 있다. 그래서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밥상에서의 소통은 조금씩 줄었다. TV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고, 맞벌이와 바쁜 일상으로 밥상에 모이는 것조차 쉽지 않게 됐다. 게다가 요즘은 스마트폰 사용이 증가하면서 부족한 대화마저 단절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 곳곳에서는 소통을 되찾기 위한 작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밥상을 매개로 줄어든 소통을 늘리려는 노력이다.



동화약품 합성연구B팀에 근무하는 오윤석(52)씨. 최근 정시에 퇴근하는 날이 많아졌다. 퇴근 후 그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다. 회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캠페인 덕분이다. 이 회사는 2010년부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정시 퇴근을 권장한다. 특히 매달 둘째 수요일은 ‘가정의 날’로 정해 가족과 함께 식사할 것을 권한다. 이름하여 ‘맑은바람 캠페인’.



가족과 식사시간 늘면서 대화시간 많아져



캠페인 이후 오씨에게 작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집에서 식사하는 날이 늘었다. 매주 평일의 3일은 퇴근 후 집에서 가족과 식사한다. 식사시간이 늘면서 아이들과의 대화도 늘었다. 대화 내용과 주제는 교육적인 내용에서 아이들의 개인사로 바뀌었다. 대화의 중심은 아이들에게 넘어갔다. 중학교 1학년 딸아이가 탤런트 송중기를 좋아한다는 것도 이렇게 알게 됐다. 오씨는 “어린 시절에는 식사 시간에 얘기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해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했다”며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의식적으로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하고, 아이들과의 대화 시간도 길어졌다”고 말했다.



직접 음식을 만들면서 이를 매개로 아이와 부모 간 대화의 시간을 갖는 이벤트도 있다. 동화약품 BD실(사업개발실)에 근무하는 김윤정(40·여)씨는 최근 회사에서 연 쿠킹클래스에 참여해 뜻깊은 경험을 했다. 쿠킹클래스는 아이와 부모가 참여해 직접 음식을 만들고 함께 음식을 먹는 프로그램. 김씨는 딸 승현(8)양과 북유럽식 샐러드와 생과일 주스를 만들었다.



김씨는 “아이와 함께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가 생기더라”며 “무엇보다 아이가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후로도 집에서 아이가 음식을 만드는 시간을 보냈다. 특히 아이가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는 일이 많아졌다. 김씨의 대화도 달라졌다. 전에는 단순한 문답식에서 소통의 대화로 변했다. 그는 “예전에는 ‘오늘 재미있었니?’같은 단순한 질문이었고, 이런 질문에 아이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당황했다”며 “아이의 주변 상황을 점차 알게 되면서 구체적으로 묻게 되고 아이도 금방 대답할 수 있어 대화가 더 원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실제로 부족해진 대화와 소통 단절 때문이다. 이는 실제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동화약품과 전문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 응답자에게 식사 시 대화 시간에 대해 물은 결과, 가족과 식사가 가능한 991명 중 44.6%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10분 미만’이라고 답했다. ‘대화가 아예 없다’는 사람도 8.2%나 됐다. 결국 52.8%는 식사 시 대화시간이 10분도 채 안 된다는 얘기다.



직장인 절반 식사 중 대화 10분 미만



대화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대화 없이 식사하는 데 익숙해진 것이 가장 컸다. 대화 부족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5.4%가 ‘식사 중 대화하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또 ‘일정이 맞지 않아서’(41.3%), ‘식사하면서 TV를 보느라’(35.0%), ‘식사 시간이 짧아서’(31.7%, 이상 복수응답) 순으로 꼽았다. 특히 스마트폰이 식사 시 대화시간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응답자의 40.9%가 스마트폰 등장 이후 ‘대화 시간이 짧아졌다’고 했고, 33%는 ‘대화 시간에 변화는 없지만 대화 집중력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이현아 교수는 “노동시간이 길어 기본적인 식사 시간이 짧은 데다, 최근 TV나 스마트폰으로 인해 밥상에서의 소통이 점점 줄고 있다”며 “소통을 위해 스마트폰을 끄고,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공감하는 대화 주제를 만들어 가면서 대화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장훈·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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