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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국회 개조할 필요 … 승자독식 바꿔야 통합의 정치 가능

중앙선데이 2014.09.14 00:17 392호 7면 지면보기
김형수 기자
대한민국 국회는 언제쯤 정상화될까.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막히면서 5월 2일 이후 단 한 건의 법안도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국회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여론은 높아져만 간다.

정의화 국회의장

국회의 수장인 정의화(66·5선·사진) 국회의장의 고민은 당연히 깊다. 그는 11~12일 여야 의원들을 불러모아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출구를 찾진 못했다. 중앙SUNDAY가 그를 만나 국회 개조론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인터뷰는 12일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직권상정해 법안 처리 땐 국회 또 파행
-다섯 달 가까이 ‘빈손 국회’다.
“세월호특별법에 합의하지 못한 게 직접적 원인이지만, 결국은 여야가 서로를 믿지 못해서다. 세월호특별법을 만들면서 사회를 통합시키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하는데 갈등과 분열로 가고 있다.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고, 막말하지 말고, 존중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

-15일 본회의를 열어 계류중인 법안을 직권상정할 건가.
“직권상정이란 용어는 가능하면 쓰고 싶지 않다. 언론이 국민을 쉽게 이해시키려 만든 말이다. 국회법에 직권상정이란 말은 없다. 법안 심사를 언제까지 끝내겠다고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부분은 있다. 그날까지 끝내지 않으면 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개념이다. 현재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 올라와 있는 법안 91건이 있다. 심사가 다 끝난 거라 통과시킬 수는 있다. 그렇게 하면 여당은 좋아할 거다. 법안 통과 실적이 제로라는 불명예가 없어지니까. 하지만 야당에선 세월호특별법을 우선하자고 한다. 91건 중 민생과 직결되는 법안은 거의 없다. 91건을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키면 정기국회는 제대로 시작도 못 해 보고 공전하고 파행할 수 있다.”

-91건 중 민생법안이 없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야기한 경제민생법안은 상임위에 있다. 상임위에서 경제민생법안과 국가안전처를 설립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91건을 단독 통과시키면) 논의도 못하지 않겠나. 15일 본회의를 연다면 91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본회의일 텐데 안건 처리를 안 할 것이라면 의사 일정을 잡을 수 없다.”

-다수당의 법안 처리를 어렵게 하는 국회선진화법은 개정해야 한다고 보나.
“새누리당은 개정을 시도하지만 개정하려면 의원 60%의 동의를 받아야 하니 상당히 어렵다. 선진화법의 가장 큰 문제는,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이 다수결 원칙인데도 60%라는 초(超)다수결주의로 바꿨다는 데 있다. 직권상정 요건도 천재지변·국가비상사태로 한정했는데 결국 하지 말라는 거다.”

-중앙SUNDAY는 ‘대한민국 혁신의 출발점이 국회 개조’라고 지적했는데(9월 7~8일자 1, 4, 5면 참조) 동의하나.
“(고개를 끄덕이며) 국회를 개조하려면 결국 국회의원이 바뀌어야 한다. 우선 초선 숫자가 너무 많다. 현재 과반수가 넘는데 정치인으로서의 경륜과 경험이 적다. 정당 공천과 선출 과정을 거치지만 현 정당은 정책정당이라기보다 지역정당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대선거구제, 석패율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 호남에선 새누리당 후보가, 영남에선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당선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는 양당제로 승자독식 구조다. 51대 49로 이기면 51을 대표하는 사람이 49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 다당제가 되고 교섭단체를 채우는 정당 수가 셋 이상이 되면 독일처럼 연정도 하고, 상대 당의 좋은 정책을 받아들이고, 상대 당의 훌륭한 분을 장관으로도 불러 승자독식에서 통합으로 갈 수 있다. 그런 게 국회를 개조하고 인적 구성을 바꾸는 데 중요하다. 초선 25%, 재선·3선 50%, 4선 이상 25%인 달항아리와 같은 인적 구성이 되면 여러 변화가 생길 거다.”

6년 단임제 해도 정·부통령제가 좋아
-개헌에 대한 구상은.
“대통령제로 성공한 나라가 많지 않다. 미국에서도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의원) 내각제가 맞다고 보는데, 대통령제에서 내각제로 바로 가기엔 부족한 점이 많으니 과도기적으로 분권형 대통령제가 맞다. 대통령이 국방·외교·안보를 책임지고, 국내 문제는 총리가 책임지는 거다. 대통령과 총리 간에 권한이 겹치면 권한을 대통령에게 좀 더 주는 식으로, 한국형으로 해도 좋을 거다. 개헌 법안은 이재오·우윤근 의원을 중심으로 이미 준비돼 있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헌법개정자문위에서 받은 보고서에도 분권형 대통령제가 담겨 있다. 국회가 정상화되면 올해 중 국회 개혁특위를 만들어 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을 손봐야 하고, 정치개혁특위를 만들어 중·대선거구제, 석패율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개헌 논의도 올해 시작하면 좋을 거다.”

-헌법개정자문위는 6년 단임 대통령제와 양원제를 제안했는데.
“6년제로 해도 정·부통령제로 해야 한다. 통일됐을 때 남쪽에서 대통령이 나왔다면 북쪽에서 부통령을 하면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또 국회를 상·하원으로 나눠야 한다. 지금은 서울에 인구가 밀집돼 수도권 의원이 과반을 넘어 지방이 여러 정책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북한 인구가 남쪽보다 적으니 통일되면 그쪽 대표도 남한보다 적을 텐데 상원을 만들어 인구가 적은 곳도 대표하게 하면 지역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 다만 권력구조를 바꾸려면 차기 대선에 출마할 사람들이 관계되는 헌법을 만들어야 할 텐데, 일종의 제척 사유가 되지 않겠나. 이를 피하기 위해 권력구조에 대해선 합의하되 적용은 차차기부터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총선·대선 전인 내년 상반기까지 개헌 방향을 잡자는 의견도 있는데.
“개헌에 대해선, 특히 권력구조 부분은 의원들마다 생각이 다르다. 내년 봄까지 결론을 내리기는 임파서블(불가능)할 것 같다.”

의원 특권 200개라는 건 과장된 것
-의원 특권을 제한하자는 지적도 있는데.
“의원 특권이 200개라는 말도 있는데 어디서 나온 소리인지 모르겠다. 0을 하나 더 붙인 것 같다. 헌법에 규정된 특권은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다. 면책특권을 이용해 막말을 하거나 인격을 모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국회 윤리특위를 강화해야 한다. 불체포특권도 제한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의원은 회기 중이라도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엔 불가 통보를 내릴 건가.
“국회법은 명예직으로서 비상근·무보수직을 겸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가 겸직을 안 하는 게 좋겠다고 하면 존중해야 한다. 결국 국회의장으로선 ‘가능한 한 의원은 모든 경기단체장직을 자발적으로 그만뒀으면 좋겠다. 그러나 선출된 사람이 본인이 희망하면 임기 중에는 하되, 되도록 올해 내로 끝내 주기 바란다’는 정도로 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국회법도 지키고, 자문위원 말도 존중하는 거다. 그렇게 되면 한두 사람 빼고는 거의 연내로 정리될 거다. 앞으로 국회법을 고쳐 ‘(자문위 의견을) 대단히 존중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어 의원들이 쉽게 거역할 수 없게 하겠다.”

-대통령과의 핫라인 전화번호를 받았는데 통화해 봤나.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해선 전화한 적이 없다. 그 법은 국회서 해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전에는 전화를 두 번 해 봤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왔을 때, 대통령이 해외 순방하고 돌아왔을 때다. 두 번 다 통화가 안 됐다. 대통령이 조윤선 정무수석을 통해 ‘죄송하게 됐다’며 수행 전화번호를 줘서 갖고 있다.”

-7일로 취임 100일이 지났다. 향후 계획은.
“국민의 국회에 대한 신뢰도를 1년에 10%씩 끌어올려 2년 뒤에는 20% 이상 신뢰받는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 남북 국회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대권 도전 얘기도 나온다.
“국회의장 2년을 성실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뒤는 하늘의 뜻이다. 장인과 장모가 북한 출신인데, 북한에서 의료사업을 하다 한국형 슈바이처로 죽고 싶다. 대권 도전 계획은 현재는 없다.”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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