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화정책, 완전고용 겨냥해야 … 긴축 펴는 유럽은 절망적

중앙선데이 2014.09.14 00:24 392호 8면 지면보기
다이아몬드 교수는 “미국의 실업률은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내용적으로 훨씬 안 좋다”고 말했다. [Christian Flemming/Lindau Nobel Laureate Meetings]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미국 노동시장은 아직까지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너무 조심스러운 입장 아닌가.
“재닛은 나의 좋은 친구이고, 연준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미국의 노동시장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취약하다. 미국의 장기 실업률은 매우 높고 정규직 직업은 적으며 특히 중도하차율(quit rate)이 높은 편이다. 중도하차율이 높다는 건 근로자들이 지금 다니는 직장을 떠나 다른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뜻인데 결국 앞서 말한 ‘마찰적 실업’이 비일비재하다는 뜻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나아지고 있지만 2008년 위기 이전 수준보다 내용적으로는 훨씬 나쁘다. 중앙은행은 완전 고용을 최대 목표로 하는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④ 노동시장 연구의 최고봉 피터 다이아몬드


-유럽이나 일본에 비하면 미국 경제는 많이 살아난 것 아닌가.
“미국 거시경제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불충분한 재정 지출이다. 예를 들어 다리나 공항 같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었다. 연방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은 경제 성장에 중요한 변수들이다. 철도와 다리 건설, 대학 연구지원 등에 들어가는 돈은 높은 실업률로 인해 복지수당과 연금으로 빠져나가는 돈 액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난 긴축정책을 주도한 메르켈 총리가 그저께 여기에 와서 ‘유럽의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다’고 말했을 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교육과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두 분야 모두 가치평가(valuation)가 중요하다. 투자를 하면 어느 정도 효과와 손해가 날지 계산을 해보고 효과가 많이 나는 곳에 과감히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이런 밸류에이션에 주저한다. 유권자들이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정말 필요한 투자만 한다면 자신들의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인프라 투자를 강조하는 이유는 2008년 경기 침체의 여파가 오래 가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기 침체에선 인프라 투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

-경기 침체라면서 재정 지출을 늘리면 적자가 늘어날 것 아닌가.
“그냥 지출이 아니라 투자를 말하는 거다. 식상한 답변이 될지 모르겠지만 미국의 채무 감당 능력은 독보적이다. 지금 같은 비상시국에서 재정적자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그건 나중에 해결할 문제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선 불충분한 투자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 모두 누구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지 다 알고 있다. 재정적자가 난다고 소득 격차의 문제를 그냥 둘 건가. 주 정부들의 재정이 나빠졌다고 다리가 무너져도 고치지 않을 건가. 2008년 금융위기가 시작될 때 하버드대 경제학자 라인하트와 로고프는 지금의 위기가 경기 순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라 대공황에 버금가는 구조적인 위기라고 분석했다. 나는 그들의 논문과 책이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경기 침체가 확실해졌는데도 부양하지 않겠다는 건 누가 봐도 큰 정책적 실수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너무 너그러운 실업수당이 높은 실업률과 긴 구직 기간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주장이 나온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알다시피 그 주장은 왜 채용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실업률이 낮아지지 않는지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런 구직상의 마찰을 줄이려면 회사도 구직자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고 구직자도 자신의 요구사항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다른 조건이 다 좋은데 집세를 내주지 않는다고 취직을 아예 안 할 건가, 아니면 집세를 부담하더라도 일단 취직을 하고 볼 것인가의 문제다. 즉 실업수당을 막무가내로 줄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자본과 노동 양측이 어떻게 하면 최선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노력하라는 얘기다.”

-이번 린다우 회의의 주제 가운데 하나는 ‘경제학은 유용한 학문인가’다.
“2008년 금융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불러왔다. 아무리 경제학자들이라도 이런 침체 양상을 본 적이 없다. 경제 전망을 할 때는 월별 또는 분기별 자료를 보는데 그런 것만 봐선 경제 상황이 썩 나쁘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어쨌든 예나 지금이나 경제학의 예측 능력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신용 흐름의 취약성 등을 분석해보면 터닝포인트를 예측할 수도 있겠지만. 예측 산업으로서의 경제학은 그다지 효용가치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세계 경제는 언제쯤 나아질까.
“유럽 경제가 특히 절망적이다. 그리스·포르투갈은 물론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많은 젊은이는 앞으로 수십 년간 직업을 구하는 데 애를 먹을 것이다. 그들 나라의 정부가 재정 건전성이란 미명하에 말도 안 되는 파괴적인 정책(긴축정책)들을 남발하고 있는데 어째서 조용한지 모르겠다. 훗날 역사가들은 유럽 국가들의 중앙은행 관리들을 호의적으로 기록하지 않을 것이다.”



글 싣는 순서
① 조셉 스티글리츠 (8월 24일)
② 앨빈 로스 (8월 31일)
③ 에릭 매스킨 (9월 7일)
④ 피터 다이아몬드 (9월 14일)
⑤ ‘경제학은 유용한가’ (9월 21일)



린다우(독일)=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