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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중국에 너무 세게 베팅 … 한·일 경협, 시장 확대 효과 커

중앙선데이 2014.09.14 01:46 392호 21면 지면보기
후카가와 교수는 “구조개혁이 두려워서 도망다니던 일본이 정면돌파에 나선 게 아베노믹스”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동아시아 경제 전문가인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교수가 “한국은 중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중국의 미래에 너무 많은 것을 걸었다”며 “현재 중국은 성장률이 낮아지고 부동산 시장도 위험하므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경제 전문가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

세계경제연구원(원장 사공일) 초청으로 방한한 후카가와 교수는 12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강연에서 “일본은 고령화가 진행되는 동안 국내총생산(GDP)을 17배 늘렸지만 한국은 고령화가 빨리 찾아와 3~4배 밖에 못 늘릴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연금제도도 취약한 만큼 여성과 노년층의 노동참여를 유도하는 등 국내 수요를 늘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노믹스는 잘 되고 있는 건가.
“이른바 첫 번째(재정지출 확대)와 두 번째(금융 완화) 화살은 쉬웠다. 가장 중요한 게 세 번째 화살, 즉 구조 개혁이다. 문제는 농민단체와 의사 등의 반발이다. 오히려 노조는 과거 민주당 정권 때 강경 노선만 고집하다 실패한 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교과서에 나오는 처방이 아니라는 점에서 도박 성격이 강하다. 정부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민간의 협력이 필수다. 원활한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참담하게 실패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금 일본경제를 보면 일자리는 생기는데 임금은 안 오르고 경영자들이 보수적이라 내부 유보 자금이 엄청 쌓이고 있다. 또 좀비회사들이 많은데 은행들이 계속 도와주니까 퇴출되지 않는다.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250%를 넘고, 경상수지 적자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관료개혁이 시급하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일본은 이런 구조개혁이 두려워서 이리저리 도망다녔다. 하지만 아베(安培) 총리가 들어서면서 비로소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수비만 하던 일본이 공격에 나선 것이다. ”

-내년 10월 두 번째 소비세 인상은 계획대로 될까.
“소비세 인상은 반드시 해야 한다. 이런저런 눈치보다 못하면 엄청난 후폭풍이 닥칠 것이다. 헤지펀드 투기가 많을 정도로 외부에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소비세 인상을 포기하면 실망감에 돈이 빠져나가게 된다. 소비세 인상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세금을 더 걷어서 어디에 쓸 건지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국민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경제산업상 등 아베 2기 내각에 여성이 많아졌다.
“여성의 노동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정부부터 바꾸자는 것인데 ‘여성 버블’이 생긴 측면도 있다. 정부 부처 국장급 자리마다 억지로 여성을 앉혀놨다.”

-한국 경제는 어떻게 보나.
“디플레이션 상태가 아니란 점에서 선진국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 다만 가계부채가 엄청나고 정부도 채무가 있으니 기업이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환율로는 전부 해외로 나가게 생겼다. 기업 입장에서 한국의 입지조건이 좋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 일본 같은 내수 규모가 없기 때문에 중국의 성장세가 꺾이면 한국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휴대전화의 사례에서 보듯 하드웨어는 금방 중국이 모방하니까 제조업은 거의 끝났다고 봐야 한다. 대신 서비스업에 집중하는 게 낫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요즘 부동산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잘 관리하지 않으면 자칫 부동산 버블이 생기고 큰일 날 수 있다. 한국은 연금시장도 덜 발달했고, 가구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크다. 이런 건 정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국 경제의 최대 걸림돌은 국회다. 아무 것도 결단할 수 없는 국회는 문제다.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청와대와 여당도 다른 목소리를 낸다. 국민연금 개혁 같은 게 정부의 역할인데 지금 제대로 되고 있나. 일본의 연금적립금관리운용(GPIF)은 세계 최대 규모인데 운용을 못해서 손해가 많이 났다. 한국은 공기업의 문제도 심각하다. ‘신의 직장’은 없어져야 한다. 역시 관료들이 가장 큰 기득권이다.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세계경제는 언제쯤 살아날까.
“일단 미국이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실제 수요(real demand)가 생겼는지 미지수다. 유럽은 경기침체에 우크라이나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쳐 최악이다. 국민 5명 중 1명이 공무원이라는 그리스나 이탈리아의 노동개혁이 잘 될 지도 알 수 없다. 다자기구인 G20도 마비돼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신흥국끼리 뭘 해보려고 하지만 금융 능력이 떨어져서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라고 뭘 할 수 있을까. 우려되는 건 한국이 중국에 너무 세게 베팅했다는 점이다. 전두환 정권 때 한국은 무슨 일이 있어도 8% 성장률 유지해야 한다고 했었는데 그게 지금 중국이 강조하는 7.5%다. 중국은 부동산 가격과 섀도 뱅킹(Shadow Banking· 그림자 금융)이 뇌관이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강연에서 시장통합에 가까운 한·일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은 문화도 비슷하고 고령화라는 인구학적 구조도 비슷하다. 노인 소비와 청년 소비는 완전히 다르다. 앞으로 한국·일본에선 의료·복지 사업이 뜨고 휴대전화 같은 첨단기술은 동남아·인도 등지에서 각광을 받을 것이다. 솔직히 나이가 들면 먼 해외로 여행 다니기도 힘들다.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서 시장 규모도 늘리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제일 바람직하다.”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졸업. 예일대 석사, 와세다대 박사
▶ 일본무역회(JETRO) 해외조사부. 장기신용은행 종합연구소 연구원
▶ 도쿄대 교양학부 교수 역임. 영국 케임브리지대 방문교수
▶ 저서 『한국, 선진국경제론』으로 제14회 오히라(大平正芳)상 수상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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