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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 朴 대통령 주치의 마다하고 진료 현장 컴백

중앙선데이 2014.09.14 01:53 392호 22면 지면보기
연세대학교는 지난 7월 22일 의대 학장으로 산부인과 이병석 교수(58)를 임명했다. 이 교수는 당시 강남세브란스병원장 겸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였다. 이 교수는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을 고사하고 숙고에 들어갔다. 대통령 주치의를 맡으면서 의대를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어의(御醫)의 명예’를 포기하기로 했다.

<29> 연세대 의대 이병석 신임 학장

대통령 주치의는 차관급 무보수 명예직으로 많은 의사들이 원하는 자리다. 하지만 이 학장은 연세대 의대의 도약에 매진하려면 병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연세대 의대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의학 교육기관으로 3·1운동 때는 ‘삼일신문’을 발간하며 독립정신을 키운 곳이다. 올해부터 국내 처음으로 학점을 폐지하고 연구의 기본을 갈고 닦는 새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의학교육 혁명의 선봉’에 선 것이다.

대통령 주치의는 대통령이 호출하면 언제든지 달려가야 하므로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학회에 나갈 수도 없다. 생식 내분비학계의 세계적 의학자로 국제 임상연구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데 매번 다른 나라 의사들을 서울로 불러들여야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결국 이 학장은 청와대에 사직서를 내고 생식 내분비 분야 ‘베스트 닥터’로 되돌아왔다. 생식 내분비학은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폐경 증세 등을 치료하는 분야다. 그는 복강경으로 이들 질환을 치료하는 분야의 권위자다. 이 교수의 환자는 자궁내막증이 40%, 자궁근종과 폐경 증세가 각각 30% 정도다.

이 학장은 늘 “나는 아버지나 형·자형에 비하면 평범한 의사”라고 자신을 낮춘다. 선친은 세계적 약리학자인 이우주 전 연세대 총장이다. 부친인 이 전 총장은 수필가로도 유명한 삼촌 이양하 전 서울대 영문과 교수의 집에서 기거하며 공부해 의사가 됐다. 부친은 삼촌이 국내 첫 영한사전을 발간한 것을 가슴에 담아 뒀다가 국내 최초로 의학대사전을 펴냈다. 1964년엔 당시로선 획기적으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4만 달러의 연구비를 받기도 했다.

형은 국제뇌전증(간질)학회 명예대사로, 뇌전증과 경련질환 치료의 세계적 대가인 이병인 연세대 신경과 교수다, 둘째 자형은 위암 수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노성훈 연세암병원 원장이다.

이 학장은 어릴 때부터 부친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의사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공부만 하는 서생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대학시절 4인조 록밴드 ‘젤로스’의 리드 기타로 활약했다. 지금도 나중에 정년퇴직하면 다시 기타를 잡으려고 벼른다.

이 학장은 1978년 영국의 로버트 에드워즈 박사가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 루이스 브라운을 탄생시키는 것을 보고 ‘미래의학’인 생식 내분비학을 평생의 전공으로 삼았다. 그는 1994년부터 미국 하버드대학 브리그햄 앤 우먼스 병원에서 자궁근종 치료제를 공동 연구,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단계까지 진입시켰다. 1996년 귀국 후엔 복강경으로 자궁근종과 난소 혹을 제거하고 자궁을 절제하는 수술을 잘 하는 것으로 입소문이 났다. 자궁내막증연구회, 피임연구회 등에 참여해 다른 대학 교수들과 교류하면서 국내 생식 내분비학의 수준을 높이는 데도 한몫했다.

그는 대한피임보건생식학회 회장, 아시아태평양피임학회 조직위원장, 대한산부인과내시경학회 회장, 대한폐경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 학장은 현재 바이엘 사(社)가 개발 중인 자궁내막증 신약인 ‘비잔’의 아시아 태평양 임상연구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자궁 내 장치를 통해 약물을 투여해 심한 월경과다 환자를 고치는 치료법이 다른 약물치료보다 더 효과적이란 연구결과를 ‘국제산부인과학회지’에 발표했다.

이 학장은 또 홍삼이 폐경 환자의 증세를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국제폐경학회지’ 등에 발표했다.

그는 주말에도 환자가 찾아오면 진료를 본다. 밥을 먹다가도 환자가 부르면 진료실로 달려간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환자 전화에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환자가 이메일로 자신의 상태에 대해 문의하면 즉각 스마트폰으로 답장을 써 보낸다. 병원장을 맡으면서도 매주 두 번 환자를 봤다. 의대 학장은 진료를 하지 않는 관례를 깨고 앞으로도 주 1, 2차례 환자를 볼 생각이다.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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