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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세컨드샷] 김효주, 에비앙 1R 10언더 ‘신기록’ … 최저타의 저주 깨부술까

중앙선데이 2014.09.14 02:28 392호 23면 지면보기
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61타를 친 김효주(19)의 활약은 놀랍다. 치면 붙고, 굴리면 다 들어가는 듯했다. 남녀 통틀어 메이저 사상 최저타 기록을 열아홉살 김효주가 세운 것은 한국 여자 골프의 또 하나의 이정표다.

메이저 대회의 심술

 그러나 메이저 최저타가 메이저 우승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하루에 무려 10타를 줄인 것은 엄청난 자산이지만 최저타에 대한 흥분, 나머지 라운드에서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주위의 관심 등은 불리하게 작용되기도 한다.

 남자 메이저 최저타 기록은 63타다. 모두 26차례 나왔다. 디 오픈에서 8번, US오픈에서 4번, 마스터스에서 2번, PGA챔피언십에서 12번이다. 메이저 최저타를 친 선수가 우승자가 된 건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 단순 확률로 20%가 안 됐다.

 같은 63타도 언더파 기준으로는 다르다. 파 70에서는 7언더파가 63타이고, 파 71에서는 8언더파이면 63타가 된다. 26차례 남자 메이저 최저타 중 9언더파 63타는 6번이다. 놀랍게도 63타 중에서도 가장 좋은 9언더파 63타를 친 선수 중 한 명도 우승자가 되지 못했다.

 먼저 마스터스. 두 번 모두 그레그 노먼의 잔혹사와 연결되어 있다. 1996년 대회 첫 라운드에서 노먼은 9언더파를 쳤다. 그는 최종라운드까지도 6타 차 선두로 시작했다. 그러나 노먼은 닉 팔도에게 5타 차로 패배하면서 메이저 사상 최악의 역전패 기록을 남겼다.

 10년 앞선 1986년 마스터스 3라운드에서 닉 프라이스는 9언더파를 쳤다. 그래도 프라이스는 최종라운드 선두가 아니었다. 역시 선두는 그레그 노먼이었는데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하는 바람에 잭 니클라우스 최고령 메이저 우승(46세) 기록의 들러리가 된다. 노먼은 “니클라우스를 처음 만났을 때 짧은 클럽을 세게 휘두르기 보다는 긴 클럽을 살살 휘둘러야 한다는 충고가 기억 나 18번 홀 두 번째 샷을 그렇게 했는데 푸쉬가 나더라”고 변명했다.

 디 오픈에서도 9언더파 63타가 두 번 나왔는데 모두 의미 없이 끝났다. 당시 스물한 살의 로리 매킬로이는 2010년 디 오픈 첫라운드에서 9타를 줄여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다음 날 바람이 강하게 불자 15타가 늘어난 78타를 치면서 페이드아웃됐다. 1990년 대회 3라운드에서 폴 브로드허스트는 역시 9타를 줄인다. 그러나 선두 닉 팔도와는 7타나 차이가 났고 역시 우승을 못했다.

 1984년 PGA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개리 플레이어는 9타를 줄이고도 우승을 못했고 2000년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도 3라운드 9타를 줄였지만 결국 타이거 우즈에 패했다.

 메이저 최다승(18승)의 잭 니클라우스와 14승의 타이거 우즈는 메이저대회에서 63타를 친 것이 한 번씩뿐이다. 모두 파 70에서 기록한 7언더파 63타였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63타를 우승으로 연결시켰다.

 김효주의 61타 이전까지 여자 메이저대회 최저타 기록은 62타였다. 핀란드 출신의 무명 선수였던 미네아 블롬크피스트가 2004년 서닝데일 골프장에서 벌어진 브리티시 여자 오픈 3라운드에서 62타를 쳤다. 로레나 오초아도 2006년 나비스코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62타를 기록했다. 블롬크피스트는 2라운드에서 78타를 치는 등 기복이 심한 경기를 했고 결국 8위에 그쳤다. 오초아는 1라운드 맹타를 휘둘렀지만 2라운드부터 마지막 라운드까지는 60대 타수를 치지 못했고 결국 연장에서 카리 웹에게 패했다.

 김효주가 10언더파 61타를 가지고 우승을 이끌지 궁금하다. 높이 올라갈수록 더 아찔하다. 잃을 것은 더욱 많아진다. 10언더파는 9언더파보다 더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다. 김효주가 그 짐을 지고서 우승을 한다면 세계 정상을 노려볼 재목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듯하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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