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부터 영인문학관서
항암치료를 받느라 손톱이 빠진 손가락에 끼고 원고를 썼던 고무 골무, 고통스러운 기도를 올리는 가운데 흘린 눈물 자국이 허옇게 번진 책상,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꾹꾹 눌러 쓰느라 펜촉이 돌아간 만년필 등 그의 마지막을 증언하는 유물들이 눈길을 끈다.
등단작인 단편 ‘견습환자’를 비롯해 출세작인 장편 『별들의 고향』, 시대를 풍미한 장편 『길 없는 길』 『상도』 등의 육필 원고도 볼 수 있다. 고(故) 박완서 선생이 투병 중이던 최씨에게 보낸 위로 편지, 어머니·자녀·손녀 등과 주고 받은 편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에게 보낸 편지도 함께 전시된다. 많은 작품이 영화 등으로 만들어진 그답게 각종 영화·연극 자료도 선보인다.
이 전 장관은 추모전 도록에 실린 글에서 “인호가 세상을 떠났다. 나쁜 녀석. 영정 앞에 향불을 피우며 욕을 했다. 내 가슴에 그렇게 큰 구멍 하나 뚫어놓고 먼저 가버리다니(중략) 보고싶다 인호야”라며 그리움을 표현했다. 추모전은 영인문학관과 생전 고인이 책을 냈던 여백출판사가 함께 마련했다. 02-379-3182.
신준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