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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의 자격, 화장실 쓴 다음에는 물 좀 꼭 내리시라

온라인 중앙일보 2014.09.09 00:00














말 그대로, 인사 참사다.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야. 국민 입장은 또 다른데, 대한민국에 이렇게 인물이 없나, 한숨만 나온다. 나쁜 일에 대한 기억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필요하다.



떠오르는 노래가 하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 노래,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박삭…”이다. 어디서 힌트를 얻었는지, 우리가 모르는 유래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노래의 주인공은 코미디언 구봉서씨다. 힘들고 가난하던 시절, 긴 이름 노래가 대중의 시름을 달랬다. 지금은 다른 이유로 긴 이름 노래를 지어본다. “(인턴 엉덩이를 만진 것을 두고) 격려 차원 윤창중, 병역 논란 김용준, 성 접대 의혹 김학의, 자질 논란 윤진숙, 전관예우 안대희, 하나님 뜻 문창극, 표절 논란 김명수, 부동산 투기 의혹 김병관, (음주 운전 적발 후) 우리가 남이가 정성근…” 아, 길고 긴 이 이름들을 어찌할꼬. 운율은 비슷한데, 아이들은 결코 따라 부르게 하고 싶지 않은 ‘19금’의 긴 이름들이라니.



출범 17개월째. 거듭되는 고위 공직자 낙마와 스캔들을 바라보며 지금 몇 권의 책을 꺼내 든다. 먼저『그들은 협박이라 말하지 않는다』. 심리학 전공자 수전 포워드의 책인데, 감정적 협박에 관해 다룬다. “당신이 그들에게 굴복하면 입이 마르게 칭찬하고, 그렇지 않으면 싹 거두어들이는가?”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으면 당신의 삶을 힘들게 만들겠다고 협박하는가?”. 그렇다는 답이 나온다면, 우리는 감정적으로 협박당하고 있다(그런데도 그들은 협박이라 말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피로사회』인데, 그 서문부터 쨍쨍하다. 제목은 ‘신경성 폭력’의 시대.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 박테리아적 시대가 있었지만 그 시대는 적어도 항생제의 발명과 함께 종언을 고했다.(중략) 21세기의 시작은 병리학적으로 볼 때, 박테리아적이지도 바이러스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신경증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우리는 ‘감정적 협박과 신경성 폭력’에 대해 위자료 청구 소송을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원고는 인사 참사 정부가 될 테고.



뜻밖에『신갈나무 투쟁기』를 꺼내 든다. 청소년 권장 도서 중 하나다. 신갈나무의 투쟁적 삶을 담은 이 책은 자연 과학서로 분류되지만, 인문학적 통찰이 함께한다. ‘야생의 강인함’이라는 소주제를 함께 읽자. “야생의 종은 병이나 위협 요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대항 물질을 만들어낸다”. 거듭되는 인사 참사를 마주하며, 우리는 대항 물질을 자가 생성하는 야생성을 갖기로 마음먹는다. 기댈 바 없으니, 자기 치유를 선택한다. 박근혜 정부가 건넨 아이러니한 힐링이다.



아무 인사나 막 들이미는 정부야 그렇다치고, 타이틀에 눈이 멀어 앞뒤 안 재고 냅다 손 내밀, 앞으로의 누군가에게 권하는 책은 이미 마음속에 정해뒀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물건은 항상 제자리에 놓아라, 네가 어지럽힌 것은 네가 깨끗이 치워라,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말아라, 남을 때리지 말아라, 화장실을 쓴 다음에는 물을 꼭 내려라….” 이보다 훌륭한 자격 조건이 있을까. 볼썽사나운 어르신들에게, 제발 화장실 쓴 다음에는 물 좀 꼭 내리시라.



기획=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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