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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이슈] 정부의 흡연 공포광고 ‘시각적 폭력 아닌가요?’

온라인 중앙일보 2014.09.08 00:05

전 국민 대상으로 한 금연광고·경고그림 ‘시각적 폭력’ 논란 불러…일방적인 금연지역 확대 통한 ‘몰아내기식 정책’ 문제 제기도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 스모킹’ 회원들이 2013년 6월 27일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금연구역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합리적인 규제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월간중앙 지난 6월부터 TV·영화관·SNS 등에 자극적인 금연광고가 방영되기 시작했다. 광고 속에는 심란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는 한 40대 가장이 나오고 곧이어 뇌혈관이 파열되는 장면과 함께 일그러진 표정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장면이 이어진다. 일명 ‘공포광고(혐오광고)’다. 공포광고는 끔찍한 영상이나 내용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를 의미한다. 정부가 이 같은 충격 요법의 광고를 만들어 대대적으로 방영하는 건 지난 2002년 이후 12년 만이다. 금연을 홍보하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우선 광고 수위의 적정성 논란이다. 금연 유도를 위한 ‘충격 요법’이라지만, 불쾌함을 넘어 너무 끔찍하다는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무차별하게 끔찍한 장면을 노출하고 시청을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시각적 폭력’이라는 지적도 있다.



효과 검증 안 된 ‘공포광고’ 비흡연자에게도 불쾌감



비흡연자인 대학생 이모(22) 씨는 “기분전환 하러 영화를 보러 갔다가, 끔찍한 금연광고를 보고는 즐거웠던 기분이 싹 사라졌다”며 “비흡연자인 내가 왜 돈을 내고 극장에서 저런 끔찍한 광고를 봐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42) 씨는 “하필 세월호 참사로 국민들의 사기가 한없이 떨어져 있는 이시기에 꼭 혐오스러운 광고를 해야 하느냐”며 “이제는 밥상머리에서마저 저런 끔찍한 광고를 봐야 하는 것인가”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금연 광고에 이어 경고그림 도입도 추진하는 등 금연 유도 정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흡연 경고그림을 담뱃갑에 부착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담뱃갑에 흡연의 신체적 피해를 경고하는 그림을 앞·뒤·옆면 면적의 50% 이상 크기로 넣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고그림이 흡연율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50여 개국에서 경고그림을 도입했지만, 효과는 나라마다 천차만별이어서 상관관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표적 사례로 인용하는 캐나다와 브라질의 사례를 살펴보자.



2001년 경고그림을 도입한 캐나다는 도입 직전 해인 2000년 흡연율이 24%였다. 5년이 지난 2005년 흡연율은 20%로 나타나 연평균 감소율이 자연감소율 수준인 4%에 그쳤다. 2002년 경고그림을 도입한 브라질도 2001년 13.6%에서 2006년 13.3%로 경고그림 도입 효과가 미미했다. 이렇듯 전세계적으로 경고그림의 도입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자료출처: 캐나다 흡연율(캐나다 보건당국), 브라질 흡연율(유로모니터)>



극단적인 경고그림의 도입은 ‘헌법상 기본권 침해’ 등 위헌 소지도 있다. 경고그림 도입을 추진 중인 미국의 경우, 담배회사들이 미국 FD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해당 법원은 2011년 FDA가 경고그림 도입이 흡연율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구체적 데이터를 제시 못하고,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제품을 정부의 금연정책 광고판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경고그림 도입에 대해 ‘시행금지 가처분’ 및 ‘위헌 판결’을 내려 정부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경고그림이 금연광고처럼 ‘시각적 폭력’에 해당한다는 점도 문제다. 담뱃갑을 꺼내놓는데 불편함을 주거나, 담뱃갑을 보는데 불쾌감을 줄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익숙해지면 충격요법은 반감될 수 있다. 또한 뇌졸중을 발병시키는 요인은 다양한데도 흡연을 하면 누구나 뇌졸중에 걸린다는 잘못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전달할 우려도 있다.



이같이 경고그림 도입에 관해서는 ‘불분명한 효과’와 ‘위헌 소지’, 그리고 ‘시각적 폭력’이란 지적까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섣부른 경고그림 도입에 앞서 이런 다양한 논란과 함께 국민 정서까지 고려한 보다 면밀하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담배에는 이미 각종 규제가 적용돼 있다. 대중매체를 통한 제품광고가 금지 또는 제한돼 있고 확대되는 금연구역에 막대한 세금까지 부과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담배에 세금을 부과하고 각종 규제를 하는 근거를 외부효과에서 찾는다. 즉 흡연으로 인해 비흡연자들이 간접흡연에 노출되고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는 등 사회적으로 부정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담배값의 약 62%는 세금이다. 이미 매년 담뱃세로 7조 원 이상이 걷히고 있다. 이 중 1조7천억 원은 건강증진기금이란 명목으로 복지부 예산으로 배정되고 1조원 이상이 건보재정에 투입되고 있다. 2009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5.6조원이다.



이미 흡연자들은 그들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외부효과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18.6조원으로 흡연에 비해 세 배 이상 크고, 패스트푸드에도 비만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지만, 현재 건강증진기금은 오로지 담배에만 부과되고 있다.



합리적인 선택 유도하는 ‘넛지’ 전략 필요



보건복지부는 흡연규제를 위해 대규모 담뱃세 인상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막대한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흡연자들에게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형평성 논란과 부족한 세수확보를 위해 담뱃세 인상을 추진하면서 겉으로는 국민건강증진을 내세우는 ‘표리부동식 규제’가 아니냐는 반발의 목소리도 높다.



일방적인 금연구역 확대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담배의 외부효과를 고려할 때, 담배 규제에 있어 가장 일차적인 목적은 간접흡연의 방지다. 그러나 지금처럼 최소한의 흡연공간조차 없이 단계적으로 전체 실내금연을 시행한다면 흡연자들이 금연구역에서 흡연할 소지가 다분하다.



또한 비용문제로 흡연실 설치에 엄두도 못 내는 영세한 음식점 업주들은 손님을 하나라도 더 잡기 위해 흡연을 용인할 가능성도 높다. 예산문제로 단속인력조차 턱없이 부족한 여건 속에서 이럴 경우, 비흡연자들이 간접흡연에 무방비로 노출될 우려도 높다. 대안 없는 규제가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우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게 되는 셈이다.



금연광고, 경고그림, 담뱃세 인상, 금연구역 확대 등 일방적인 규제 속에 흡연자들은 마치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담배도 엄연히 합법적 재화이고 흡연자들도 자기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규제 당국의 취지는 인정하지만, 정부가 도덕적 가치를 강요하는 ‘가부장주의적 규제’, 흡연자를 궁지로 내모는 ‘몰아내기식 정책’이 아니라,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흡연으로 인한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규제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제는 일방적인 강요와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일방향적 규제 대신 정확한 정보전달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권을 존중하는 스마트한 ‘넛지’(강제가 아닌 스스로 하게끔 유도하는 것)의 전략이 필요할 때다.



최재필 기자 feel0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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